와이프 시점 Chapter 1
떠남의 시작, 두 마음의 공존
남편의 미국 주재원이 확정되었을 때,
‘정말 우리가 가게 되는구나’ 하는 실감이 밀려왔다.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마음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부러워했지만, 내 속마음은 조금 달랐다.
아이를 돌보며 다시 일을 시작할까 망설이고 있던 그때,
미국행은 나에게 도망 같기도, 새로운 기회 같기도 했다.
“이왕 가는 거, 아이와 더 깊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 막연한 기대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남편이 먼저 떠나고, 두 달 뒤 나와 아이가 뒤따랐다.
집을 정리하며 친정에서 지내던 그 시간,
내 마음은 이미 낯선 땅 미국에 가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가족이 함께 살기를 바랐다.
비행기에 오르며 다짐했다.
“어떻게든 잘 살아보자.”
걱정은 가득했지만,
낯선 세상에 대한 작은 용기도 분명히 있었다.
고요한 전쟁터, 엄마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모든 것이 새로웠다.
하지만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이와 단둘이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아파트에서 싱글하우스로 이사를 갔지만,
내 하루는 달라지지 않았다.
주변은 정돈되어 있었고 이웃은 친절했지만,
나는 점점 고립되어 갔다.
남편은 매일 늦게까지 바빴고,
육아의 무게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런 나를 붙잡아준 건 결국 아이였다.
어느 날, 아이가 처음으로 한 문장을 내뱉었다.
짧고 서툰 말이었지만, 그 순간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았다.
“드디어 나와 대화할 수 있구나.”
그날 이후 나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대화의 단어 하나하나가 하루의 위로가 되었고,
고단했던 날들이 조금씩 따뜻하게 물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