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엔지니어의 성장기

배우고 부딪히고, 때로는 물러서며 확장된 시야

by 가만히 흐르는중
사원 시절, 업무를 배우다

처음 개발팀에 배치됐을 때,

내 역할은 개발이 완료된 제품의 양산품 스펙 관리와 신규 프로젝트 지원이었다.

처음엔 단순 반복 업무처럼 느껴졌지만,

그 과정에서

“제품이 어떻게 관리되고, 프로젝트가 어떤 단계로 흘러가는지”

“팀이란 무엇인지”

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양산품을 관리하면서

단순히 제품이 아닌 사람들의 협업과 흐름을 이해하게 되었고,

내가 하는 작은 역할이 전체 퍼즐 안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점차 체감할 수 있었다.


그 시기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하나의 팀이 되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었다.



진급 후,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드디어 개발 프로젝트를 직접 맡게 되었다.

그동안 보고 배운 걸 떠올리며

“이제 나도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 전혀 다른 세계였다.


무엇하나 생각보다 단순한 일이 없었다.

사양을 정리하고, 스펙을 검증하고, 도면을 설계하고,

고객의 요구사항과 생산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했다.


게다가 개발팀은 단순히 설계만 하는 부서가 아니라,

CFT(Cross Functional Team) 전체를 조율해 가는 역할도 해야 했다.


하지만 유관부서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경험 없는 나에게는 너무도 벅찼다.

생산팀, 품질팀, 연구팀, 평가팀, 영업팀 등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법도 처음에는 제대로 몰랐다.



관계의 실패와 배움

그 부족함은 결국 프로젝트 진행의 삐걱거림으로 나타났다.

진행 상황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거나,

타 팀과의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논쟁도 생기고 갈등도 커졌다.


처음에는 억울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든가?”

“이해를 못 해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보였다.

내가 전체를 조율할 만큼의 준비가 안 되었다는 것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생각을 알 수 없다는 것

내가 먼저 정리하고 공유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


그때부터 조금씩 바뀌었다.

직접 소통하고, 자료를 정리해 공유하고, 회의 전에 설명하고

내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자 업무가 원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해외 주재원의 기회

그렇게 업무를 해가다 보니 미국 연구소 주재원의 역할이 주어졌다.

그건 누구보다 잘해서가 아니었다.

회사에서의 인연, 우연들 그리고 상황이 만들어낸 기회였다.

그 당시 힘써주신 분들께 아직도 감사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거기에서 프로젝트 개발 담당으로서의 역할도 물론 있었지만

처음으로 한 걸음 물러나서 업무 전체를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전까지는 내 프로젝트, 내 일정에만 집중했다면

그곳에서는 제품 개발뿐 아니라 전략, 시장, 미래까지

조금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보게 되었다.


그 후 한국 연구소로 복귀했을 때,

나는 같은 책상을 다시 마주했지만,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그 일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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