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oyd 고종석 Aug 01. 2017

일상 속 장소와 어울리는 음악

음악은 기억한다. 그 때 그 장소를..

기억은 감정에 동감하며 호흡에 남는 기록이다. 우리 모두는 기억에 남는 장소와 그 곳을 지나치며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기억과 장소에 어울리는 음악을 몇 곡 들춰본다. 


한영애 ‘제주도’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한영애는 1976년 해바라기 멤버로 음악계에 등장했다. 그녀의 2집 앨범 [바라본다]와 4집 앨범 [불어오라 바람아]는 대중음악전문지 서브가 선정한 ‘한국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에서 각각 33위와 48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영애의 음악은 그녀가 거쳐 왔던 그룹 해바라기와 신촌블루스처럼 포크와 블루스의 조합이 중심을 이룬다. 또한 연극계를 오가던 중 빠진 소울과 록 역시 한영애 음악의 저변을 마련했다. 

1986년 한영애의 솔로 앨범 [여울목]과 시인과 촌장과 함께 스플릿 형식으로 제작된 [시인과 촌장/한영애]에 수록된 ‘제주도’는 한영애의 블루스 필이 가득한 가창이 우선 돋보이는 곡이다. 지금보다 탁하고 정제되지 않은 스타일까지 엿보이는 ‘제주도’는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가사가 특히 매력적인 넘버이다. 


손지연 ‘자유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음색과 가창 스타일, 그리고 1970년대 히피풍의 아웃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손지연은 포크 1세대를 대표하는 뮤지션 양병집이 발굴해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녀의 1집에 수록된 ‘실화’와 3집의 ‘그리워져라’는 사실적인 가사와 스트링과 융합된 손지연의 보컬이 돋보인다. 한국의 ‘조니 미첼’이라는 명성을 이끌어냈던 손지연의 음악은 마치 한 편의 그림이나 시를 접하듯 그녀만의 독특한 작가주의적 감성이 빛나는 특징을 니고 있다. 

그녀가 평소 자주 오가던 파주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착안해서 완성된 ‘자유로’는 낯선사람들의 고찬용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4집 [꽃샘바람]에 수록되어 있다. 월드뮤직을 연상시키는 깊은 연주와 굴곡 있는 격조의 울림이 인상적인 ‘자유로’는 가을녁 노을을 연상시키는 가사의 전개 또한 인상적이다. 


10cm ‘한강의 작별’

고교시절 활동하던 스쿨밴드 해령의 선후배 사이인 윤철종과 권정열로 구성된 10cm는 2010년 EP 앨범 [10cm The First]를 발매하며 성공적인 안착을 한 듀엣이다. 10cm는 데뷔와 동시에 2010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 ‘올해의 발견상’과 2011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노래’상을 수상하는 등 대중적, 평론적 인기를 동시에 얻어내고 있는 가수이다. 

10cm의 ‘한강의 작별’은 2집 [2.0]에 수록되어 있는데,  10cm 음악으로는 다소 이질적인 흐름을 보이는 곡이다. 애절함을 더하기 위해 객원 멤버인 TOM의 아코디언이 인트로에 자리한 ‘한강의 작별’은 이별의 심정을 굴곡있는 음의 편린으로 완성시킨 곡이다. 자신에게 등을 돌린 상대를 강렬함 이상의 대상으로 설정한 채 끈적이게 매달리는 감성이 가득 담겨져 있다. 


이문세 ‘광화문 연가’

‘한국인이 사랑하는 장소와 관련된 음악’ 중 1위를 기록했던 노래가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이다. 광화문은 조선 왕조 600백년은 물론 대한민국의 근. 현대사에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장소이다. 서촌과 삼청동, 청계천, 경복궁, 인사동, 덕수궁 등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가 광화문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1988년 발표된 이문세의 5집 [가로수 그늘아래]에 수록된 ‘광화문 연가’는 한 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가사의 흡인력이 매우 뛰어난 곡이다. 타이틀곡과 ‘붉은 노을’ 등이 연속된 히트를 기록했던 이문세의 중기 명반으로 전곡에 걸쳐 서정성이 특히 빛났던 앨범이다. 

또한 이문세의 3집부터 13집까지 함께 한 ‘이영훈&이문세 콤비’ 음악의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 발표된 ‘광화문 연가’는 이영훈 발라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으로 스트링과 건반의 아련한 사운드에 기억의 애잔함을 가득 담은 가사가 매력적인 발라드 넘버이다. 작사.작곡자 이영훈은 이문세와 함께 1980년대 대중가요계를 섭렵했던 인물로 이문세와의 첫 작품이었던 3집 앨범은 150만장을 판매하면서 국내 가요 앨범 가운데 최초로 밀리언셀러 음반으로 기록되었으며,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옛사랑’ 등을 통해 1,00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를 기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영훈은 지난 2008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로니에 ‘동숭로에서’

종로구에 위치한 대학로는 행정지역 구분상 종로5가 사거리에서 동숭로와 혜화동 로터리에 이르는 약 2.5킬로미터의 거리를 지칭한다. 현 대학로의 양 측면에는 서울대학교 본부와 문리과, 법과, 의과, 미대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학로의 동편에는 내사산 중 하나인 낙산이 위치해 있었고, 도로가에는 서울대학생들에게 ‘세느강’이라 불리던 실개천이 흘렀다. 대학로는 1975년 현재의 의과대학을 제외하고 모든 기관이 관악캠퍼스로 이전을 하게 되었고, 과거 문리과 대학 부지에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되었으며 나머지 부지에 문화예술 관련 기관, 단체 및 공연장이 밀집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대학로는 1985년 말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차없는 거리’로 지정이 되었다가 1989년 해지되었다. ‘차없는 거리’로 지정되었던 당시 대학로는 많은 음악 관련 공연이 열려서 서울 지역의 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과 일반인들이 많이 찾았던 장소이다. 또한 과거 이곳에서 공연을 펼치지 않은 가수와 뮤지션이 없을 정도로 대학로는 음악과 많은 연관성을 지닌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 

프로젝트 그룹 마로니에는 권인하와 신윤미, 김선민을 중심으로 결성된 그룹으로 1989년 성음에서 발매된 옴니버스 앨범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에 ‘동숭로에서’를 수록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 앨범의 재킷은 1980년대 중반 ‘차없는 거리’의 일상을 담은 사진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꿈을 꾸고, 낭만을 기리던 젊은이들과 그 곳에서 펼쳐지던 음악을 노래한 ‘동숭로에서’는 대학로의 역사와 향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노래이다. 한편 7장의 음반을 발표해 나온 프로젝트 그룹 마로니에는 이후 연기자를 이어 가수로도 성공했던 황치훈과 그룹 가위바위보 출신의 김사미, 이윤선, 유주희가 2기 마로니에를 이었고, 3기 마로니에는 ‘칵테일 사랑’을 크게 히트시키며 인기를 모은바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지하철 Love Song'

김현식이 솔로 활동을 이어 그룹으로 변화된 음악을 구사하기 위해 3집 제작 직전에 조직했던 그룹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은 연계 뮤지션으로 빛과 소금과 유재하, 그리고 김종진과 전태관이 주축이 된 봄여름가을겨울로 그 맥이 이어져 나왔다. 1988년 데뷔 당시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퓨전 재즈와 모던비트의 조합을 이룬 음악으로 인기를 얻었던 봄여름가을겨울은 절제되고 안배된 테크닉과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데뷔앨범은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과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등의 히트곡과 3곡의 연주곡을 수록하는 등 연주곡을 타이틀로 발표한 최초의 국내 가수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이들이 발표한 국내 최초의 본격 라이브 앨범 [봄여름가을겨울 Live]는 1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올렸고, 이를 계기로 이문세, 이승환 등의 대형 가수들도 더블 라이브 앨범을 발표했다.

‘지하철 Love Song'은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2008년 발표한 통산 8집 앨범 [아름답다, 아름다워!]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스패니쉬 기타와 첼로가 주고받는 인터플레이를 기본으로 팀파니와 심벌즈가 강렬한 임팩트가 강렬한 타이틀곡과 ’슬퍼도 울지 않을꺼야‘가 사랑을 받았다. 지하철이 주는 이미지는 바쁜 일상과 때로는 기억을 되새기는 공간과 감성의 이동로이기도 하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안녕을 바라는 ’지하철 Love Song'은 김종진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감성의 틈을 후비는 매력이 가득한 곡이다. 


브라운아이즈 ‘비오는 압구정’

브라운아이즈의 등장은 2000년대 대한민국 음악의 새로운 조류를 이끈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윤건이 주로 작곡을 이룬 대표곡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발라드의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제시였으며, 나얼의 가창과 스타일은 리듬 앤 블루스와 소울 음악의 조합을 이룬 최상의 아이콘이었다. 

1집의 히트곡 ‘벌써 일년’을 잇는 2집 앨범은 이후 윤건의 솔로 앨범의 모티브가 되는 모던록의 향수가 전곡에 걸쳐 전해진다. 타이틀곡 ‘점점’은 윤건이 연습실에서 5분 만에 메인 멜로디가 완성되었다. 압구정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연습실을 오가던 중 비가 내리던 바깥 풍경을 보며 떠오른 감선을 담은 노래 ‘비오는 압구정’은 어쿠스틱 사운에 담겨진 음감과 리듬, 비트의 조화가 뛰어난 곡이다. 


소개된 노래들의 공통점은 장소라는 점 외에도, 기억을 지배하는 음악 안에 담긴 가사가 주는 서정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모든 노래가 한 편의 시를 연상시킨다. 감성적으로 많은 기억과 향수가 머무르는 음악과 함께 짧은 ‘기억여행’을 떠나보기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