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oyd 고종석 Aug 11. 2017

영화를 빛낸 음악,
'클래식과 함께 하는 가족영화'

오늘 소개하는 ‘영화를 빛낸 음악’은 두 편의 영화 속에 담겨진 음악의 향취와 의미를 전한다.  


영화를 빛낸 음악 클래식과 함께 하는 가족 영화

밴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아버지와 촉망 받는 첼리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물려받고 태어난 한 아이와 그 가족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어거스트 러쉬’.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원하는 부모의 기대와 달리 평범하게 살고 싶은 특별한 아이의 음악이 함께 하는 이야기 ‘비투스’. 피아노 선율에 실려 찾아 온 첫 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담은 달콤했던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위 영화 제목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클래식 연주를 들려줌과 동시에 음악의 온화한 색채를 통해 극 전반에 아름다움을 배가시킨 명작들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한나를 위한 소나타’와 ‘도쿄 소나타’에는 언급된 영화들과는 달리 음악적 배역이 그다지 크게 자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각기 두 영화는 극의 전개와 영상에 실린 음악의 의미와 여운이 남다른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전쟁 속에서 격정으로 흐르는 클래식의 영혼

한나를 위한 소나타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섹션’에서 상영되며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아냈던 영화가 바로 ‘한나를 위한 소나타’이다. 독일 원제는 'Wunderkind(신동)'지만, 국내 개봉에 맞춰 극의 내용을 풀어서 제목을 새롭게 설정했다. 


2011년에 개봉된 영화 ‘한나를 위한 소나타’는 지난 역사의 과오를 용서와 치유로 매만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로써, 독일 태생의 감독이 만든 독일 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 ‘한나를 위한 소나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순수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천재 음악신동 3명의 아름다운 우정을 다룬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한나를 위한 소나타’는 이미 개봉 전부터 ‘예루살렘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버스터 국제 어린이 영화제 최우수상’, ‘지포니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유럽영화상’ 수상 등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완벽한 음악영화”, “우정과 용기가 그려낸 매혹적인 스토리” 등의 호평을 받아냈다. 


이 영화에 이어진 호평은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펼친 엘린 콜레브와 이모겐 버렐, 마틸다 애더믹 등 세 명의 어린 주인공들의 열연과 실제 연주 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체 극의 스토리에 몰입하는 집중력과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뚜렷하게 작품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준급의 연주 실력을 뽐낸 세 아역 배우들을 향해 수많은 영화 팬들은 뜨거운 갈채를 보여줬고,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이던 당시에는 마르쿠스 로젠뮐러 감독이 내한해서 관객들에게 이러한 배경을 현장에서 직접 알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나를 위한 소나타’는 우리가 이제까지 보아왔던 유대인을 다룬 영화, 혹은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이라는 소재 면에서 여타 영화들보다 뛰어난 주제의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을 꼽으라면 그 중심에 음악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라리사와 아브라샤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연주할 때, 그리고 한나가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를 연주하는 순간 관객들의 집중도는 매우 크다. 이는 “관객이 극에 흐르는 음악을 듣는 순간, 작곡가들의 이름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친숙한 곡들을 선택했다.”고 전한 마르쿠스 로젠뮐러 감독의 인터뷰에서 나타나듯이 관객을 의식한 선곡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주의 힘이 돋보였기에 가능했다. 


극 전반에 흐르는 한나와 라리사, 아브라샤가 함께 연주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그리고 라리사와 아브라샤가 연주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등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곡들이다. 특히 라리사와 아브라샤가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때의 슬픔은 극의 전개는 물론 관객의 감정선을 예민한 격정으로 부여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줄거리

이야기는 노년을 맞은 현재의 한나가 아브라샤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으면서 과거를 회상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일과 러시아가 짧은 휴전 상태를 유지했던 1941년, 양조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우크라이나로 이주 온 독일 소녀 한나(마틸다 애더믹)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 라리사(이모겐 버렐)와 바이올리니스트 아브라샤(엘린 콜레브)의 공연에 매료되어 이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한나는 이들과 함께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음악을 통해서 세 사람은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된다. 하지만 독일이 다시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전쟁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됨에 따라, 독일인인 한나와 유대인인 라리사, 아브라샤의 운명은 엇갈리고 만다.



가족의 소중함이 드뷔쉬의 달빛으로 배인 

도쿄 소나타’  

같은 날 각자의 의미 있는 사건들 속에 한 가족의 하루가 지나간다.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성격의 아버지는 명예 퇴직을 당하지만, 집안에 알리지 않은 채 백화점 청소 일을 나간다. 아버지는 청소를 하던 중 화장실에서 돈봉투를 발견하게 되고, 그 돈봉투를 들고 달아나게 되는데. 골목 어귀에서 교통사고 뺑소니를 당하게 된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가운데 길에 누워 ‘그 날’을 보내게 된다. 지극히 가정적이지만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집에 들어 닥친 강도의 인질로서 함께 바닷가를 가게 되고, 역시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강도를 바라본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막연히 떠올리며 ‘그 날’ 어머니는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온다. 어른보다 더 생각이 깊지만, 내성적인 막내 아들은 경찰의 오해로 경찰서에서 외로이 ‘그 날’을 지새운다. 


드뷔시의 명곡 ‘달빛’이 흐르는 영화 ‘도쿄 소나타’는 ‘그 날’이라는 단 하루의 시간 동안 한 가정의 가족들이 사랑의 재발견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소박한 영화이다. 부모의 반대에도 몰래 피아노 강습을 받아 온 켄지는 천재적인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중학교 진학을 위한 품평회에서 드뷔시의 ‘달빛’을 연주하게 된다. 열렬한 가족의 환호와 박수도 없이 그렇게 영화는 끝을 맺눈다. 켄지 역을 맡은 이노와키 카이는 ‘도쿄 소나타’의 높은 경쟁 속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예이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 등에서 이미 최고의 아역으로 인정받는 프레디 하이모어와 버금가는 인기를 일본 내에서 구가하고 있다. 

음악의 색채를 강조한 명곡 달빛

‘음악은 색채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던 드뷔시의 ‘달빛’은 알 파치노와 미쉘 파이퍼가 열연했던 영화 ‘프랭키와 자니’에도 삽입되었던 곡으로도 유명하다. 드뷔시의 초기 대표작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제3곡이 바로 ‘달빛’, 즉 ‘Clair de lune’이 바로 ‘달빛’이다. 


1890년 이탈리아의 ‘베르가모’에서 생긴 무도곡의 한 양식에서 발췌해서 표제를 붙인 [베르가마스크]는 ‘전주곡’, ‘미뉴에트’, ‘달빛’, ‘파스피에’의 4곡으로 구성된 자유스러우면서도 환상적인 기품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김연아의 라이벌 아사다 마오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된 바 있는 드뷔시의 ‘달빛’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가족의 소통에 빛을 보여준 영화 ‘도쿄 소나타’는 그렇게 잔잔하게 막을 내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를 빛낸 음악, 아픈 사랑의 향기 ‘브로큰 써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