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시나위
시나위와 함께하는 기억 한 조각
군복무 당시 겪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26개월의 군생활을 GP와 GOP, 강안 지역을 오가면서도 즐기듯이 복무를 마쳤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잘 아는 JSA의 타격대에서 근무하던 당시의 일이다. 그 곳은 지역적, 군사적 특성상 잡지나, 신문, 대중문화 관련 서적물 등이 유입되지 않는 곳이다. 음악 관련 유기물, 즉 악보, 테이프 등도 당연히 들일 수 없었다. 당시 친구가 보낸 위문편지를 통해서 손성훈을 앞세워 시나위가 신보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시나위의 새 앨범 소식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 일보다도 더 궁금한 부대 밖의 상황이었다. 몇 일을 고민하다가 휴가를 나가는 친애하는 정병장에게 어렵게 부탁을 했다. “있지 말입니다. 시나위 음악. 너무나 듣고 싶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OK!" 드디어 부대 복귀를 한 정병장은 굵은 선 가득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게 부피가 꽤 큰 쇼핑백을 하나 전했다. ‘시나위 음반이 사은품과 함께 발매되었나?’ 잠시 뒤 쇼핑백 안을 보게 된 나는 의아했다. ‘어라, 이건 대체 뭐지?’ 정병장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는 아직도 기가 차도록 생생하다. 서울이 집인 정병장은 복귀하는 길에 이르러서야 내가 부탁했던 시나위가 생각이 났다고 한다.
부대 근처 터미널 앞에 허름한 음반사를 급하게 들리게 되었고, 주인아저씨에게 기억나는대로 한 마디를 던졌다고 한다. ”저기, 시나위 음악을 좀 들어보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연주를 하게? 시나위 관련 음악은 지금 없고, 부대에서 눈에 띄게 시나위같은 음악을 하려면 이걸 쓰면 제격일거야.“ ‘오호라. 고상병이 참 좋아하겠군.’ 정병장이 내게 사다준 그 물건은 다름 아닌 상모(채상)이었다.
대략 음반사 주인아저씨는 ”시나위 음악, 사물놀이 같은걸 부대 안에서 연주하려나본데, 이걸 쓰고 해야 자세가 잘 나와. 시나위 관련 테이프가 지금 하나도 없으니, 급한대로 이걸 먼저 가져가게.“라고 정병장에게 상모를 적극 권장했다고 한다. 정병장의 성의도 있고 해서, 한 몇 일 참 열심히 상모를 쓰고 돌리며 시나위 음악을 ‘새기도록’ 그리워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