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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Aug 13. 2019

그 때, 우리 이 음악 3

「슬픈인연」

나미

1985/ 『나미 4집 - Nami Vol.4』 / 현대음향 / Ballade, Pop Rock, R&B, Soul

함께 들으면 좋은 곡 「보이네」, 「빙글빙글」, 「인디언 인형처럼」 / 김추자  「늦기전에」, 김혜림 「날 위한 이별」, 럼블피쉬 「예감 좋은 날」

Who Is..

초등학생 시절부터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하던 나미는 이미자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엘레지의 여왕(1967년)>과 윤복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미니 아가씨(1968년)>에서 연기자로 데뷔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마련했다. 청소년 시절 4인조 여성 밴드 해피 돌스의 보컬로 활동하던 나미는 1978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이 중심이 된 활동을 시작했다. 「영원한 친구」와 「Y.M.C.A」가 히트하며 솔로 가수로써 입지를 굳힌 나미는 이후 사랑과 평화 출신의 뮤지션 김명곤과 조우하며 더 큰 성장을 이루게 된다. 김명곤은 나미의 신곡이 포함된 베스트 앨범에서 나미를 상징하는 곡으로 손꼽히는 「빙글빙글」 등을 제공하면서 1980년대를 대표하는 프로듀서로 인정받았다. 나미는 1997년 정규 7집을 발표한 이후 앨범 작업이 주춤했지만, 2013년 「보이네」의 오마주를 담은 디지털 싱글 「보여」를 발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An Episoede..

전성기 나미의 보컬이 함께 하는 앨범

한일 관계가 극에 치닫는 가운데 자발적인 ‘NO JAPAN’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2019년 현재에도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와 같은 교류는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통한의 역사와 여전히 제대로 된 사죄가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의 문화예술인들은 지속적인 교류를 보여 나왔다. 강임에도 불구하고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휴전선을 넘나드는 임진강. 영화 <박치기!(Break Through, We Shall Overcome Someday. 2004)>에 삽입되어 널리 알려진 노래 「임진강」은 1968년 일본 그룹 포크 크루세이더스(이하. 포크루)가 발표했던 곡이다. 이 곡은 원래 북한에서 1957년 발표된 곡으로 월북 시인 박세영과 북한 태생인 고종환이 완성한 음악이다. 「임진강」은 조국을 떠나 일본에서 온갖 냉소와 비애를 겪어야 했던 조총련들이 고향을 그리며, 언제 어디서나 부르던 그들의 오랜 설움과 슬픔이 깊게 배인 노래이다. 말 그대로 조총련의 민중가요였던 셈이다.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포크루의 주요 곡으로 라이브를 통해 적잖게 소개된 「임진강」은 몇 가지 사연을 지니고 있다. 포크루의 소속 음반사였던 도시바는 「임진강」이 매우 높은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며 제작을 진행했지만, 조총련 측의 문제 제기로 발매를 포기했다. 이후 구전으로 이어지던 「임진강」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소개하던 한 일본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소프라노 전월선이 불러 다시금 화제를 모았다. 2002년 CD로 복각되어 일반 대중에게도 제대로 소개되었고, 2005년 영화 <박치기!>의 메인타이틀로 사용되면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았다.

나미의 최고 전성기 당시의 노래 실력이 담겨진 4집은 이전보다 더 비음이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담겨 있다. 이 앨범의 녹음 당시에 그녀는 이전보다 비음을 더 강하게 섞어서 레코딩에 임했다. 수록곡 가운데 「유혹하지 말아요」는 그 즈음 일렉트릭에 기초한 작법에 심취해 있던 김명곤 작곡의 장점이 가득 배인 노래였다. 이 곡은 영화 <후아유(2002년)>에서 조승우가 극중에서 이나영에게 불러주던 노래로 원곡을 부른 나미를 다시 한 번 소환시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한 하덕규와 최이철이 작사와 작곡을 담당한 「나비」는 나미의 다양한 창법을 접할 수 있는 밴드 스타일의 곡이었고, 레게 스타일의 「보이네」는 잔잔한 멜로디의 흐름 위에 나미 목소리의 매력이 유유히 흐르는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가장 큰 히트를 기록한 곡은 단연 「슬픈 인연」이다. 진성과 가성을 뒤섞은 가운데 저음부터 고음까지 고르게 오가는 나미의 창법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영역과 그 이상의 감성을 전달했다.

「슬픈 인연」은 발표 당시 표절 시비에 휘말렸지만, 노래의 제목만큼 인연이 깊은 노래이며 이전의 음악이 보다 나은 음악으로 전이된 곡이라 할 수 있다. 흑인영가 스타일의 「슬픈 인연」은 원래 일본 작곡가 오자키 류도우(宇崎竜童)가 만든 노래에 그의 부인이 가사를 쓴 곡이었다. 일본 가수 하시 유키오(橋幸夫)가 가창을 했지만 히트를 기록하지 못하자, 오자키 류도우는 평소 친분이 있던 나미에게 이 곡을 선물했다. 당시까지 일본 음악은 법적으로 국내에서 연주되거나 표기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저작권자 자리에 김명곤의 이름을 올렸고, 음악적으로 가능성을 느낀 박건호는 직접 가사를 붙여줬다. 원곡은 전체적인 멜로디에 집중한 남성 보컬이었지만, 나미의 버전은 그녀 고유의 섬세한 허스키 음과 음폭이 넓게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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