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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Sep 05. 2019

그 때, 우리 이 음악 4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이승환
1991 / 『이승환 2집-Always』 / 서라벌레코드 / Ballade, Pop Rock, Soft Rock
함께 들으면 좋은 곡 「너를 향한 마음」, 「덩크슛」, 「텅빈 마음」 / 최용준 「아마도 그건」, 코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Who Is..
1000회가 넘는 단독 공연 횟수에서 드러나듯, 이승환은 TV보다는 공연에 비중을 두고 활동하는 가수이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범람하던 댄스 시대와 정면승부를 끊임없이 벌여 나온 대중가요계의 소중한 보컬리스트이자, 제작자이기도 하다. 이승환의 창법은 기본적으로 록에 기초한다. 실제로 이승환은 휘문고교 재학 당시 8학군 내의 록을 지향하는 뮤지션들과 교류가 잦았으며 대학시절 록밴드 아카시아에서 기타리스트 오태호 등과 함께 활동한 적도 있다. 당시의 인연으로 이승환은 오태호와 콤비를 이뤄 「한사람을 위한 마음」이 히트를 기록했던 앨범 『이오공감』까지 내놓았다. 이승환이 대중가요로 진로를 전환한 결과는 데뷔 앨범부터 성공적으로 이어져 나오고 있다. 소년을 연상시키는 미성과 고음역의 공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가수 이승환의 이상은 그가 롱런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이다.

An Episode..
아침마다 접하게 되는 지루한 정치 이야기를 꺼내 본다.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모든 활동을 정치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좀 더 원론적으로 정치는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권력이라는 측면으로 기울어진 정치의 형태로 인해 사람들은 양비론과 양시론으로 뒤덮인 수많은 허언들에 둘러싸일 때가 많다. 정치에 관심을 조금 더 갖는 이들은 논리적인 사상과 이념에 대한 진중한 생각과 성향으로 미루어 정치판을 이해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정치적인 성향은 여러 의미를 떠나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그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에 따라서 크게 진보와 보수로 분류된다. 이런 점은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로부터 보수는 늘 변화를 거부하고 전통적인 것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나왔고. 진보는 발전을 위한 합법성에 맞춰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난해한 과제로 여겨져 왔다.

토킹 헤즈(Talking Heads)와 듀란 듀란(Duran Duran), 컬쳐 클럽(Culture Club) 등 1980년대 팝 음악계를 초토화시켰던 뉴 웨이브(New Wave)의 어원은 프랑스의 <새로운 물결: 누벨바그(Nouvelle Vague)>에서 착안되어 지칭되었다. 195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1962년 절정에 이른 프랑스의 영화 운동 누벨바그는 기존의 안이한 영화 관습에 대항한 새로운 사조로 각광을 얻어냈다. 누벨바그 운동은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에릭 로메르(Eric Rohmer) 등 젊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 군단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무너져가던 프랑스 영화 산업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되었던 누벨바그는 영화문법의 혁신은 물론 정치적 자유와 권위를 탈피한 문화혁명으로 평가받는다.

팝 음악의 진보적인 기운은 팝 음악의 시작점이었던 영국에서 특히 움직임이 컸고 또 확장되었다. 1960년대 말 영국을 위시한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했던 프로그레시브록은 기본적으로 하드록 사운드에 클래식과 사이키델릭, 재즈 등 여러 장르를 접목시킨 복합적인 양식을 보이며 출발했다. 여러 갈래로 확장되어 나왔던 프로그레시브록은 시적인 가사와 신화, 문학을 콘셉트로 예술성을 보다 더 중시하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으로 성장했다. 또한 음악 외적인 면에서 독특한 재킷과 음반의 형태 등으로 여타 장르와 확실한 차별성을 지니며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세상은 언제나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논리 속에서 때로는 진보와 보수의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예술은 말한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내 가슴을 울려주는 것이고 가장 소중한 것은 오래오래 간직되는 것이라고. 진보와 보수, 단 두 단어로만 결론지어지는 예술은 있을 수 없다. 가사와 멜로디가 만나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 시나리오와 영상이 만나 서사적인 영화가 완성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한 곡의 음악과 한 편의 영화를 몇십 년 동안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정서가 필요한 때라 생각된다. 과거와 현재가 가장 잘 희석되어 즐거움을 안기는 음악으로 오늘은 1991년을 수놓았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소개하게 되었다. 이승환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의 가사가 지닌 아름다움처럼 이 사회가 언제나 빛이 나고 함께 하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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