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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Sep 05. 2019

그 때, 우리 이 음악 5

「님 떠난 후」
장덕
1986 / 『장덕 4집-님 떠난 후』 / 아세아레코드 / Ballade, Dance, Pop
함께 들으면 좋은 곡 「너나 좋아해, 나너 좋아해」 / 이은하 「밤차」, 혜은이 「제3한강교」

Who Is..
장덕은 유재하, 김현식, 배호, 김정호 등과 함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대중가수로 기억된다. 그녀는 가창은 물론 작사와 작곡에도 뛰어난 재능을 지닌 멀티 뮤지션이었다. 대표작으로는 MBC <서울국제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소녀와 가로등」,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등 200여 개에 달한다. 1990년대 연예계에서 최진실-최진영 남매가 큰 인기를 얻었다면, 1980년대에는 장현-장덕 남매가 최상의 인기를 구가했다. 어릴 적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장덕은 1973년 TV 프로그램 <누가 누가 잘하나> 동요 경연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이후 오빠 장현과 함께 드래곤 캐츠라는 예명으로 미8군 무대에 섰다. 1976년 두 사람은 현이와 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주오」와 「친구야 친구」가 수록된 음반으로 대중음악계에 공식 데뷔했다. 1986년 장덕은 「예정된 시간을 위해」를 히트시킨 6집 이후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설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하고 있던 장현도 같은 해에 숨을 거두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An Episoede..
인간의 삶에 있어서 시간이란 엄격한 불변의 법칙이다. 한 해의 365일이 지나면 새로운 1일이 시작되며, 사계가 분명한 대한민국 금수강산에는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올 때까지 나무는 생명이 담긴 잎을 잠시 감추고 태양은 타는 빛을 거듭해 낸다. 작은 풀잎이나 거대한 심연의 동물이나 살아있는 모든 것은 시간의 반복과 흐름 속에서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은 대자연의 거부할 수 없는 법칙이다. 위대한 명사도 지엄한 권력가도 결국에 마주하게 되는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無)로 돌아간다.


강동원이 열연했던 영화 <전우치(2009년)>에는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두려운 것이다.”라는 대사가 흐른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죽음 그 뒤에 있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세계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신과 종교를 찾고 믿게 된다. 그러나 불사(不死)와 내세(來世)를 바라며 다가올 죽음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비하면서도 근심 안에 놓일 수밖에 없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는 죽은 사람이 49일 동안 저승에서 심판받는 과정과 상상 속의 지옥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도산(刀山)지옥, 화탕(火湯)지옥, 한빙(寒氷)지옥, 검수(劍樹)지옥, 발설(拔舌)지옥, 독사(毒蛇)지옥, 거해(鉅解)지옥을 두루 거치며 환생의 길에 이른다.


죽은 자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곳, 아무도 돌아오지 못하는 그 망자의 길에 대한 믿음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기독교에서는 죽음 뒤의 세상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눈다. 구세주를 믿고 선한 일을 행하여 구원을 받은 사람은 천국에서 영생을 누린다고 믿는다. 그리고 구원을 받지 못한 사람은 심판의 날이 오면 지옥에 떨어져 무한의 고통을 받는다는 교리를 지니고 있다. 가톨릭의 영향을 받았던 단테(Alighieri Dante)는 천국과 연옥, 지옥으로 나누어 그의 대표작 <신곡(La Divina Commedia)>를 완성했다. 단테의 <신곡>은 연옥과 천국편의 밝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인해 최초에 <희극(Commedia)>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이후 이탈리아의 소설가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는 자신이 쓴 <단테의 생애>에서 ‘Divina(성스러운)’이라는 감탄사를 붙였다. 그리고 1555년에 출판업자 로도비코 돌체(Lodovico Dolce)가 우리에게 익숙한 <신곡>으로 제목을 변경해서 내놓았다.


죽어보지 않은 사람이 죽음의 세계를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아무도 다가올 앞날의 일을 모른다. 어차피 해야 할 상상이라면 기쁘고 유쾌한 것이 낫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이 나을 것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마다 “Happy New Year.”라고 인사를 하는 것은 다가올 날들이 좋은 기운만을 가득 안고 오기를 바라는 한낱 인간의 작은 소망과 다름 아니다. 우리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수많은 뮤지션들의 음악 중 장덕의 「님 떠난 후」의 작은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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