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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Sep 16. 2019

Brad Mehldau

[10 Years Solo Live]

Brad Mehldau [10 Years Solo Live]

기억해야 할 무언가가 분명한 게 삶이다. 삶은 이후에 대한 바람보다 그 이유가 더 분명해야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브래드 멜다우의 음악은 감상 이후는 물론 감상에 의한 매 순간에 숨을 죽이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브래드 멜다우는 지금까지 30장 이상의 솔로 앨범과 라이브 앨범, 그리고 1991년 크리스토퍼 홀리데이의 [The Natural Moment]에 참여한 이후 50명이 넘는 명뮤지션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해 나왔다. 또한 1994년 영화 <Vanya On 42nd Street>의 사운트랙을 포함해서 9장의 OST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나의 악기와 구성을 통해서 수천 가지 음악의 맥을 짚어 내주고 있는 브래드 멜도우는 리허설을 하지 않는 뮤지션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즉흥연주에 가장 중점을 둔 그의 연주 스타일에 기인한다. “태어나면서 사라지는 즉흥연주를 통해서 죽음에 대한 의미를 고뇌하게 된다. 상실감을 웃어넘기며 무상 자체를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즉흥연주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는 브래드 멜도우는 자신 음악의 장점인 파격과 서정미의 근원을 다양한 음악의 연결로부터 시작했으며 꾸준하게 상승시켜 나왔다. 

그 중 1996년부터 2000년까지 그가 남긴 가장 커다란 유적이라 할 수 있는 [Art Of The Trio] 시리즈 5장은 록 매니아는 물론 재즈 안에 머무르며 다양한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까지 밀도있는 감동을 전달했다. 시리즈 1에서부터 브래드 멜다우는 비틀즈의 ‘Black Bird’와 재즈 스탠다드 넘버인 ‘Nobody Else But Me’ 등 익숙한 멜로디를 간결하게 그어 나가면서도 서정성과 즉흥연주로 꽉 채워 들려줬다. 

이후 시리즈의 연작 사이에 리더작을 발표했고, 1999년 맨해튼의 재즈클럽 빌리지 뱅가드로 돌아가서 라이브를 펼쳤다. 그리고 이 공연은 라이브 앨범이자 시리즈의 4집 앨범인 [Art Of The Trio 4: Back at the Vanguard]로 발매되었다. 전율스럽게 재해석했던 ‘All The Things You Are’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Solar’, 그리고 라디오헤드의 ‘Exit Music’ 등의 버전은 재즈 트리오 미학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마저 이끌어냈다. 


또한 팻 메쓰니와 함께 한 2005년 작품 [Metheny/Mehldau]과 2009년 조슈아 레드만 등과 함께 했던 [Highway Rider]를 통해 브래드 멜다우는 빌 에반스와 키스 자렛을 잇는 대표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그리고 아티스트 이상의 값어치까지 부여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하드 밥과 쿨, 컨템퍼러리를 오가며 탈장르적인 기취를 여지없이 보여준 그의 음악적 기행은 일편 재즈 평단의 견제의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브래드 멜다우의 깊고 넓은 음악적 결과물들은 그가 활동해 나온 영역보다 월등하게 수많은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었다.

거장의 영역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브래드 멜다우는 시간에 조금 더 비례해서 발 빠른 감각과 작법, 그리고 많은 공연을 통해서 거장의 마력을 보여주고 또 들려줬다. 이번 앨범은 파리와 코펜하겐, 런던 등 유럽 전역을 돌며 행했던 그의 여러 라이브에서 발췌한 노래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Nonesuch 레코드와 인연을 맺은 지 10년을 맞이한 기념으로 8장의 LP를 세트로 하는 기념음반으로 추가 발매할 예정이다. 

총 33곡의 수려한 트랙이 존재하는 이 앨범은 ‘Dark/Light’, ‘The Concert’, ‘Intermezzo/Rckblick’, ‘E Minor/E Major’라는 네 부분의 조각들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는 특징을 지닌다. 제프 버클리와 핑크 플로이드, 브람스, 버브, 매시브 어텍 등 여전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는 이번 앨범의 수록곡 가운데 얼터너티브록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와 스톤 템플 파일러츠의 ‘Interstate Love Song’ 등에 대한 브래드 멜다우의 재해석은 특히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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