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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Mar 09. 2021

레트로 스윙 퀸 카로 에메랄드(Caro Emerald)

LP 한정반·CD 국내 출시한 레트로 스윙 퀸’ Caro Emerald

카로 에메랄드(Caro Emerald)는 재즈 보컬로써 폭넓은 인기와 인지도를 형성한 최상급 뮤지션이다. 시간여행자를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20세기와 21세기를 포용하는 독특한 감각과 빈티지한 연출 방식을 선보여 나오고 있는 그의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 본다.      

발매와 동시에 진가를 확인시키고 있는 음반들

‘레트로 스윙 퀸’ 카로 에메랄드는 타고난 재능에 음을 바라보는 열정과 노력이 남달랐던 성장기를 거치며 현재에 이른 보컬리스트이다. 그의 창법은 명확한 발음과 발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의 음악에는 세기를 오가는 오묘한 즐거움이 존재한다. 2009년 데뷔 싱글 ‘Back It Up’의 성공적인 히트 이후 발표된 데뷔 앨범은 차트 1위를 기록했고, 그는 곧장 신의 정상권에 올라섰다. 

카로 에메랄드의 음악은 오래전부터 국내 음원사이트의 플레이리스트 상위권에 꾸준하게 머물고 있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새 해를 기점으로 그의 여러 음반들이 동시에 발매되었다. 이번에 발매된 음반 가운데 바이닐은 모두 넘버링 한정반으로 제작되었고, 블랙반 2종을 비롯해서 오렌지와 옐로, 픽쳐반 등 5장으로 구성되었다. 더해서 4종의 CD도 함께 출시됐다. 해외 유수의 좋은 작품들마저도 어렵게 발매되고 있는 게 국내 음반 시장의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카로 에메랄드의 음반이 다양한 피지컬로 동시에 출시되었다는 점은 그의 음악이 그만한 진가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증명한다. 아니나 다를까. 카로 에메랄드의 음반은 발매 첫 주부터 판매 차트마저 뒤흔들고 있다.      

표절 시비 이후 한국 시장에 더 관심

2015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첫 선을 보였던 카로 에메랄드는 이 공연에서 15개의 노래를 선사했다. 당시 무대에서 “11살의 나이에 재즈 싱어가 되기로 결심했다.”라고 밝힌 카로 에메랄드는 자신을 음악 세계로 이끈 ‘Dream A Little Dream Of Me’를 열창하며 순서를 마무리했다. 화사함 가득했던 카로 에메랄드의 80여 분은 그가 왜 ‘스윙 보컬의 여왕’으로 불리는지를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카로 에메랄드의 한국 방문은 이미 몇 년 전에 그의 입을 통해서 예견된 바 있다. 여기에는 부자연스럽게 정리된 상황이 다소 얽혀있는 게 사실이다. 2013년 MBC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는 ‘무한도전가요제’의 4번째 시리즈로 ‘자유로가요제’를 제작했다. G.DRAGON, 장기하와 얼굴들, 장미여관, 유희열, BoA 등 메인스트림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했던 이 프로그램에서 프라이머리는 박명수와 팀을 이뤄 ‘I Got C’를 내놓았다. ‘아가씨’라는 부분에만 집중했던 이유가 컸던 걸까. 이 곡은 적잖은 문제를 야기했다. 

2013년 카로 에메랄드는 2집 [The Shocking Miss Emerald]를 발표하고 장기간의 투어를 진행하고 있었다. 유럽 투어 막바지에 이른 시기에 그의 레이블은 SNS를 통해서 “프라이머리의 곡이 ‘Liquid Lunch’ 등과 멜로디가 유사하고, ‘Paris’의 코드와 동일하다.”며 표절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곧이어 카로 에메랄드가 직접 출연한 ‘Message For Korean Fan From Caro Emerald’라는 영상까지 공개되었다. 영상 말미에서 그는 “조만간 한국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멘트를 더했고, 페이드 아웃되는 화면 속에 프라이머리와 유사한 인물이 앉아 있는 모습까지 연출되었다.  

당시의 표절 시비는 복잡한 판결 과정보다 더 무난한 결과로 이어져 보였고, 직간접적인 약속처럼 카로 에메랄드는 2015년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국내 음악 팬들은 좋은 뮤지션과 음악에 빠르게 반응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카로 에메랄드의 열풍은 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융화된 재즈 보컬로써 신을 섭렵

어린 나이에 장래를 결정하고 노력해 나온 카로 에메랄드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재즈 보컬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성공을 확신한 프로듀서 데이비드 슈러스(David Schreurs)는 2009년 자체 레이블 그랜드모노(Grandmono)를 설립해서 힙합 비트를 기반으로 1940년대의 재즈와 맘보를 표방하며 제작된 첫 싱글 ‘Back It Up’을 내놓았다. 이 곡은 네덜란드 탑40차트에서 12주 동안 머물렀고, 그 해 방송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곡으로 선정되었다. 해를 넘긴 2010년 1월에 발매된 카로 에메랄드의 데뷔 앨범 [Deleted Scenes From The Cutting Room Floor]는 첫 진입 이후 30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백만 장 가까이 판매됐다. 

영화를 연상하게 만드는 앨범 제목처럼 첫 곡 ‘That Man’과 ‘You Don't Love Me’, ‘Dr. Wanna Do’에 이르기까지 이 앨범은 청자에게 1920~40년대를 향한 무한대의 상상력을 전달했다. 또한 스윙 밴드의 틀 안에서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보컬의 하모니는 카로 에메랄드를 각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Riviera Life’와 ‘Stuck’의 로맨틱한 보컬은 또 다른 묘미를 전했다. 그의 음악이 지닌 다채로움은 첫 1위를 기록한 ‘A Night Like This’와 ‘The Other Woman’과 같은 이색적인 음의 결합에서도 발견된다. 앨범의 성공은 동시에 그랜드모노 레이블까지 급성장하게 만들었다. 

2013년 1월 카로 에메랄드는 뉴욕과 LA에서 공연을 진행하며 미국 무대에 데뷔했다. 같은 해 5월 발표된 2집 [The Shocking Miss Emerald]는 영국 차트에서 3개 부문 1위에 오르며 영국과 미국 시장마저 평정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의 2집은 ‘My 2 Cents’의 선명함처럼 스윙과 맘보, 라운지 등 재즈와 월드뮤직, 힙합의 그루브 등 1집보다 진일보한 세련미와 감미로움이 더해져 완성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이끌어냈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삶과 패션에 대한 사고가 유쾌하게 깃든 ‘Paris’, 유럽 지역에서 특히 인기를 끌어냈던 ‘I Belong To You’, ‘Coming Back As A Man’, ‘Excuse My French’는 발매 초기에 많은 리퀘스트를 얻어낸 곡이다. 그리고 전작보다 스윙의 향연이 선명하게 배인 ‘Completely’와 ‘Pack Up The Louie’는 카로 에메랄드 보컬의 진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재즈와 탱고의 조화 속에 힙합의 샘플링이 오묘하게 어울린 ‘Tangled Up’, 크리스 아이작(Chris Isaak)의 감미로운 선율을 연상하게 만드는 ‘Black Valentine’. 무엇보다 카로 에메랄드를 상징하는 곡이라 할 수 있는 ‘Liquid Lunch’는 그의 음악이 지닌 유쾌한 기질과 다채로운 음악적 호흡이 함께 하는 희대의 명곡으로 여전히 큰 사랑을 얻어내고 있다.       

음원서비스를 이어 음반시장에서도 인기몰이를 시작한 카로 에메랄드의 이번 출시에는 정규 앨범 외에도 어쿠스틱 버전의 두 작품과 한 장의 EP [Emerald Island]가 포함되어 있다. 

/고종석(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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