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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Nov 11. 2021

정미정 아쟁 프로젝트 [운김]

정미정 아쟁 프로젝트 [운김

희망을 더하며 완성된 작품 [운김발표한 아쟁 뮤지션정미정

서울시무형문화재 제39호 아쟁산조 이수자인 정미정은 성남시립국악단의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외에서 여러 공연을 펼쳐 나왔으며, 22회에 달하는 독주회를 소화할 정도로 열정이 깊은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악기인 아쟁을 중심으로 ‘달의 노래’, ‘시흥풍류’ 등의 공연을 기획하며 다채로운 음악적 재능까지 뽐내왔다. 이외에도 정미정은 [월련, 달, 그리다]와 [Moon], [나의 사랑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3장의 정규 음반을 발매하며 국악 마니아와 평단에서 고른 인지도와 대중성을 형성해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촌오빠의 권유로 아쟁을 연주하기 시작한 정미정은 전남대학교 국악학과를 졸업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그는 다소 뒤늦게 아쟁에 빠져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연주에 대한 안정을 찾은 이후 전통음악의 창조적이고 즉흥적인 자유로움을 오랫동안 입증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증명하듯 정미정은 2018년 발표했던 2집 [Moon] 이후 재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아쟁을 필두로 한 크로스오버를 꾸준하게 개척해 나오고 있다. 남성적인 악기라 할 수 있는 아쟁이지만 정미정에게 아쟁은 자신이 지닌 음악적 재능과 기운을 표현하기에 제격인 악기이다. 그는 아쟁의 전통성과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입과 확장을 추구하는 뮤지션으로 독보적인 위치에서 또 하나의 다음을 향해 묵묵히 걸어 나왔다. 


국악과 크로스오버의 사이에서 조화롭게 날아오른 [운김]

신에 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과 성공을 거둬온 정미정은 유독 우리말을 사랑하고 아낀다. CCM을 아쟁으로 표현한 [나의 사랑 아버지] 이후 다음 단계의 진화를 고민해 오던 정미정은 새로운 영역과의 조화를 위해 ‘운김’이라는 타이틀로 새 작품을 구상했다. ‘여럿이 함께 할 때 우러나오는 힘’을 의미하는 순수 우리말로 표기된 [운김]은 ‘겨울의 기다림 후에 봄이 오고,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 소중한 열매를 얻듯이’ 어둠을 지나 빛이 되는 과정의 소리를 담아내겠다는 의미 역시 지닌다. 

정미정이 2년 만에 내놓은 네 번째 앨범으로 기록되는 이 음반에서 그는 여전히 아쟁의 다양한 가능성과 매력을 선보이는데 주력했다. 정미정이 기획하고 아쟁을 담당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김성배(더블 베이스)와 박순아(가야금), 곽재혁(피리), 황영권(타악), 권현우(일렉트로닉)가 참여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을 살폈을 때 이번 음반이 지닌 음악적 지향점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국악이라는 악기들이 지닌 단절과 갇힘, 제한적인 환경을 벗어나 생명력이 물씬 풍기는 봄으로의 부활을 표현하고자 주제와 연주를 집중해 냈기 때문이다. 국악과 정미정, 그리고 함께 한 프로젝트 멤버들의 갈기처럼 흩날린 협연은 새로운 희망을 지닌 흐름으로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운김]으로 집약되었다. 


코로나19를 지나 새롭게 날아오를 희망찬 기운을 담아낸 [운김

엄밀히 [운김]은 올해 3월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서 무관중으로 녹화되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生-피어 오르다’를 다시 녹음한 작품이다. 갈채를 이끌어낸 공연을 넘어서 음반으로 재창조된 [운김]은 코로나19를 지나서 새롭게 나타날 부활의 사위를 예술적 치유로 표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정미정의 기획 아래 김성배와 박순아, 곽재혁 등 공연에 참여했던 뮤지션이 다시 한번 녹음에 함께 나섰다. 이번 음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먼저 일렉트로닉 파트에 있다. 마지막 트랙에 위치한 ‘나르샤’는 아쟁과 가야금에 일렉트로닉이 가세해서 15분의 러닝타임으로 녹음되었다. 지루하고 폐쇄적인 세상 속에서도 극복의 단계를 지나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희망의 시간이 다가온다는 과정과 바람을 노래한 ‘나르샤’는 공동 프로듀서로 자리한 김성배와 정미정의 오랜 소통의 결과로 이번 음반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트랙이다. 

주요 프로젝트 멤버들이 함께 하며 치유와 승화의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 ‘꽃풀’은 1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 동안 조화와 격정, 흥이 고르게 오가는 매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풍류적인 멋과 즉흥의 미가 아쟁과 가야금, 피리, 태평소, 타악으로 구성된 ‘풍류굿’은 단아함이 그득 배인 곡으로 안정된 레코딩과 감상에 청명한 감성을 가득 품은 트랙이다. 피리와 태평소, 가야금의 어울림에서 번지는 골계의 미는 절로 흥을 이끌어낸다. 아쟁과 더블베이스의 협연으로 완성된 ‘먼지’는 번잡한 현실을 지나 환희의 통로를 향하는 순화의 과정을 담아낸 다소 실험적인 곡이다. ‘꽃풀’과 함께 멤버 전원이 함께한 ‘길’은 다양한 소리와 선율이 앙상블을 이루는 곡으로 새로운 길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정미정이 오랜 시간 동안 연출해 나왔던 시나위의 틀을 지닌 이 곡은 전통적 음계를 한층 더 승화해 낸 즉흥연주를 토대로 녹음되었다. 


희망을 더하며 국악과 크로스오버의 사이에서 조화롭게 완성된 정미정 프로젝트의 [운김]은 아쟁의 매력과 작품적 가치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음반이다. [운김]은 지난 10월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판매를 시작했고, 월간 객석과 월간 재즈피플 등 평단에서 먼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녹음 결과 역시 눈에 띄는 5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운김]은 청음과 감상에 모두 어울리는 작품집이라고 소개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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