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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집 ‘서울 하늘’과 그의 삶.

‘서울 하늘’에 담긴 양병집 삶의 넋두리.

by Floyd 고종석

‘서울 하늘’에 담긴 양병집 삶의 넋두리.

196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이촌향도의 움직임을 주제로 담은 ‘서울 하늘1’은 양병집의 삶이 요약된 노래라 할 수 있다. 우디 거스리의 ‘New York Town’에 양병집이 가사를 입힌 이 곡은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무작정 도시로 이동했지만, 인구와 산업의 지나친 과밀화에 의한 주택 부족, 교통 체증, 일자리 부족 등의 현실로 쉽지 않았던 당시의 현실을 노래했다.

기대와 다른 실상을 마주하며 ‘내 안경이 기절’할 정도로 상상했던 것과 다르다고 꼬집은 양병집은 ‘두 번 다시 안올랍니다. 화려하고 복잡한 서울 하늘 밑으로’라고 노래했다. 결국 ‘노래나 불러보자’는 자조적인 어투로 ‘서울 하늘’은 곡이 끝난다.

양병집의 삶은 ‘서울 하늘1’에 배인 곡조는 물론 가사와 매우 흡사했다. 그는 20대 초반까지 음악을 향한 꿈이 컸다. 하지만 한대수와 김민기, 이장희 등 주류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던 이들과 비교해서 그의 꿈은 뒤늦게 이루어졌고 번복되었다. 1974년 데뷔 앨범 [넋두리]가 발매되기까지 그는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직장 생활을 하며 경제적 안정이 곧 삶이라는 것을 깨우쳤다.

당시를 전후한 시기에 양병집은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경제적인 요소는 음악과 현실을 오갔던 번복된 양병집의 삶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으로 번지고 닥쳤다. 어쩌면 양병집은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김의철 노래 모음]과 같이 [넋두리] 음반을 통해 전설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화석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1986년 호주로 떠나 1999년 영구 귀국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는 삶과 현실, 음악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며 호흡해야만 했다.


자신과 가족, 주변을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는 우리와 다름 없이 살고 떠난 양병집. 마치 전쟁을 치룬 듯 갑작스레 떠났지만, 고인의 음악은 한 번 즘 마주하고 되새길만한 가치가 큰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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