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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Apr 26. 2022

Korn, 그들의 새 앨범 [Requiem]

20세기를 포용하며 21세기를 열었던 Korn, 그들의 새 앨범 [Requiem]

     

헤비메탈의 변혁기에서 출발한 새로운 헤비메탈 밴드 KoЯn

1991년 메탈리카(Metallica)가 발표한 5집 [Metallica]의 성공과 달리 스래쉬메탈의 기운은 서서히 잔영을 남기며 뒤안길에 들어섰다. 헤비메탈이라는 큰 굴레 속에서 다시금 하위 장르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던 그 시기에 새로운 대형 밴드가 신을 잠식해 나간다. 그 주인공은 콘(Korn)이었다. 얼터너티브와 그런지 사운드로 점철되던 1994년 그들이 등장했다. 10대 중반부터 지극히 미국적인 풍토 속에서 음악적 상상을 꿈꾸던 다섯 명의 젊은 혈기는 그렇게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히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캘리포니아의 풍성한 음악적 기운과 하드록, 헤비메탈에 심취하며 자신들의 이상을 다듬어 나왔던 이들이다. 

콘의 전신 밴드는 1989년 EP [Love And Peace Dude]를 내놓으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활동하던 L.A.P.D였다. LAPD는 1991년 정규 앨범 [Who's Laughing Now]를 내놓은 이후 현재의 콘을 결성했다. 라인업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하드코어 군단이라 할 수 있는 조나단 데이비스(Jonathan Davis. 보컬, 백파이프, 드럼)와 제임스 섀퍼(James ‘Munky’ Shaffer. 기타, 백 보컬), 레지날드 아르비주(Reginald ‘Fieldy’ Arvizu. 베이스), 브라이언 웰치(Brian ‘Head’ Welch. 기타, 백 보컬), 그리고 데이빗 실베리아(David Silveria. 드럼)였다. 이 라인업은 2021년까지 큰 변동없이 이어졌다. 물론 견고하게 돌아가던 콘의 라인업은 2006년에 데이빗이 탈퇴하며 작은 변화를 맞이했다. 그를 대신해서 가입한 인물은 레이 루지어(Ray Luzier)였다. 레이는 제이키 이, 리(Jake E. Lee), 데이빗 리 로스(David Lee Roth), 빌리 시언(Billy Sheehan) 등과 작업했던 만만찮은 뮤지션이다. 변칙적인 라인업 아래 제작된 [Untitled Korn album] 이후 데이빗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콘은 아홉 번째 앨범 [Korn III: Remember Who You Are](2010)를 선보이며 다음 단계를 향했다.  


한 세대를 접고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KoЯn

데뷔 이전 콘은 1993년 데모 테이프 [Neidermayer's Mind]를 통해 레이블 계약을 체결했고,  ‘Corn’이라는 밴드 이름을 제안받는다. 그러나 조나단이 디자인하고 현재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로고 ‘KoЯn’에 멤버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콘은 자신들의 바람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미국 내에서만 2백만 장 이상 판매된 콘의 데뷔작 [Korn]은 재킷의 이미지에서부터 수려한 기품이 묻어났다. 1994년 여름을 앞둔 시점에서 콘은 바이오해저드(Biohazard), 하우스 오브 페인(House Of Pain)과 함께 투어를 진행했고, 투어 일정의 마지막 시점에서 [Korn]이 발표되었다. 이 앨범은 콜 챔버(Coal Chamber)와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등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뉴메탈 밴드보다 광폭한 분노를 품은 사운드와 작법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시기 동안 수없이 행해졌던 콘의 라이브에서 오프닝과 클로징 송으로 각광받았던 ‘Blind’는 콘과 21세기 헤비메탈을 상징하는 넘버 중의 넘버이다. 강렬한 기타 리프 뒤에 곧장 표출되는 조나단 데이비스의 ‘Are You Ready?!’에 이어지는 제임스와 브리이언이 펼치는 형형색색의 리프는 새로운 헤비메탈의 출현과 향후 20년 동안 신을 좌지우지할 명밴드의 등장을 알리는 최적의 작품이었다. 또한 초반부와 중반부까지 연주와 보컬의 다양한 스케일과 스타일을 전개하고 후반부에 번지는 잔영은 콘 음악이 지닌 무한한 생명력을 예시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동성애를 다룬 ‘Faget’과 어린 시절 잃어버린 순수를 담은 ‘Daddy’ 등 콘의 데뷔 앨범에 담긴 정서와 주제 역시 21세기를 눈앞에 둔 젊은이들을 흡수하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이들의 영향 아래 새롭게 출발했던 여러 밴드들은 하드코어를 바탕으로 하는 뉴메탈의 굴레에서 희망찬 진군을 외쳐댈 수 있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현재에 이른 KoЯn

1994년부터 콘이 발표한 곡 중에서 12개의 싱글이 빌보드200 차트에서 상위 10위 안에 랭크되었다. 이중 8개의 싱글은 차트 상위 5위 안에 머물며 커다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졌다. 2019년 13번째 앨범 [The Nothing]까지 4천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해 나왔다. 안배되고 절제된 스래쉬 사운드에 힙합과 펑크의 리듬감, 그로울링과 클리닝 보컬이 지닌 매서움과 처연함이 가득 배인 이들의 음악은 등장과 동시에 전세계 음악 신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비주얼을 강조하며 성장했던 만큼 50개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7장의 비디오 앨범도 출시했다. 데뷔 이후부터 여러 시상식에서도 수상을 기록했던 콘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여덟 차례 후보로 올라서 두 번에 걸쳐 수상했다. 또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열한 차례 후보에 올라서 두 차례 수상하는 등 화려한 이력 역시 쌓아 나왔다. 


평단의 호평과 달리 평범함에 그친 [Requiem]

어느덧 통산 14집이다. 2021년 4월 새 앨범에 대한 레코딩 소식을 전한 이후였던 지난 해 11월, 콘의 멤버들은 새 앨범의 발표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32분의 러닝타임에 9곡이 수록된 콘의 새 앨범 [Requiem]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공개되었다. [Requiem]은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200 차트에서 14위를 기록했고, 하드록 앨범 차트 1위, 영국 록&메탈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곳곳의 차트에서 상위에 랭크되었다. 

앨범의 재킷은 콘의 로고가 새겨진 사진에 어른 손이 어린 아이의 머리를 단단히 잡고 있는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선공개된 첫 싱글 ‘Start The Healing’는 콘 고유의 디스트 사운드에 조나단과 멤버들의 보컬 하모니가 우수하게 실린 곡이었다. 이 싱글이 발표된 이후 콘은 은색 바이닐 1천장을 한정반으로 발표했고, 이 음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판매되었다. 앨범 발매를 앞에 둔 올해 1월부터 콘은 이번 앨범에 첫 트랙으로 자리한 ‘Forgotten’과 변칙적인 곡조가 눈에 띄는 ‘Lost In The Grandeur’를 순차적으로 싱글 커팅했다.

지난 앨범들과 비교해서 [Requiem]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받아왔던 대우를 차트와 평단에서 유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초중반기 콘의 명반들과 비교해서 이번 앨범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만한 음악적 매력이나 맥이 발견되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음악적 철학으로 조합을 이뤄 헤비메탈의 새로운 융합을 보여줬던 2010년대 이전까지의 저력마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한 테크닉과 대중적 요소, 오히려 이전보다 강조된 멜로디의 흐름만은 전체 트랙에서 강렬하게 빛난다. 이번 앨범이 레코딩되고 있던 2021년 6월 팀의 시작점부터 콘 사운드의 그루브와 리듬에 주요 역할을 담당해 왔던 레지날드가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지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연주는 이번 앨범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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