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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Apr 26. 2022

Voivod의 신작 [Synchro Anarchy]

헤비메탈의 변형된 흐름을 상징하는 Voivod의 신작 [Synchro Anarchy] 

이제껏 보이보드를 대신할 만한 헤비메탈은 없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지구라는 행성 전역에서 환영을 이끌어내 오고 있는 헤비메탈은 여러 하위 장르의 탄생과 변형된 뮤지션들의 출현 속에서 진화를 거듭해 나왔다. 초창기 헤비메탈이 융성하던 시기와 다르게 대형 밴드의 등장이 크게 발견되지 않는 게 즈음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헤비메탈이 멈추지 않고 맥을 이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먼저 특정 밴드나 뮤지션보다 헤비메탈이라는 거대한 장르 안에서 즐거움과 흥을 꾸준히 느끼는 마니아층이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보다 혁신적인 하위 장르와 강렬하고 월등한 테크닉과 사운드가 새롭게 선을 보여도 과거 음악에 여전히 열광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숙성을 거듭하며 멈추지 않고 진군해 나온 헤비메탈의 과거 역군들이 지구상 곳곳에서 꾸준하게 활동해 나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스래쉬메탈에 주한 음악을 구사하던 보이보드(Voivod)는 스피드메탈과 프로그레시브메탈, 둠메탈, 아방가르드 등 주류에서 벗어난 헤비 사운드를 연출하며 15장의 정규 앨범과 1장의 EP, 1장의 라이브 앨범 등을 발표했다. 바르톡과,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등 클래식 작곡가와 아인슈튀어첸데 노이바우텐(Einstürzende Neubauten), 예스(Yes), 호크윈드(Hawkwind), 밴 더 그래프 제너레이터(Van Der Graaf Generator), 킹 크림슨(King Crimson),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넥타(Nektar) 등의 대중 음악가들에 영향 받은 보이보드의 줄기찬 음악적 흐름은 이들의 전 작품에 걸쳐서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결성 초기 모터헤드(Motorhead)와 베놈(Venom)에 영향 받은 사운드가 강하게 노출되었던 보이보드는 소련과 미국이 주도하던 냉전시대에 대한 비토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지구 멸망 이후의 시대를 가늠한 이상을 자신들의 음악에 담아내왔다. [Nothingface](1989)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Astronomy Domine’를 커버한 것을 시작으로 보이보드는 [The Outer Limits](1993)에서 다시금 핑크 플로이드의 ‘The Nile Song’을, 그리고 [Phobos](1997)에서는 킹 크림슨의 ‘21st Century Schizoid Man’을 그들만의 사운드 패턴으로 연출하며 헤비메탈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다른그러나 정교함에 묵직함이 더해진 작품 [Synchro Anarchy]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던 보이보드의 작품은 [Dimension Hatross](1988)이다. 멜로딕 스피드메탈과 스래쉬메탈을 주로 제작했던 노이즈 레이블에서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는 서울음반을 통해 유통되었던 이 음반에 대한 평은 현재의 보이보드에 대한 평가와 다름 아니었다. ‘미친, 뭐야 이 음악, 라면 받침대로 고고! VS 미친, 이건 인간의 메탈이 아님이 분명!’ 그러나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던 ‘Batman’에 대한 반응은 만만치 않았었다.

캐나다 퀘벡에서 출발한 보이보드는 1987년 발표한 3집 [Killing Technology]부터 밴드의 마스코트로 함께 하는 코굴(Korgull)을 전면에 내세우며 작품을 발표해 나왔다. 코굴은 드러머 어웨이(Michel Langevin)가 그려낸 것으로 지구가 아닌 곳의 생명체와 음악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이런 면에서 보이보드는 행성 지구를 대표해서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대표적인 헤비메탈 밴드라 할 수 있겠다. 외계인들의 방문이 지구 멸망을 위한 침범이건 단순한 여행이건 그들은 지구를 대표해서 보이보드와 마주하게 될 것이고, 두 집단의 소통은 무난할 것으로 확신한다. 1982년 밴드의 시작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변칙적이고 이질적인 형태의 음악을 선보여 나온 보이보드는 2022년 2월에 15번째 스튜디오 작품 [Synchro Anarchy]를 발표했고, 여전히 건재한 연주를 바탕으로 보다 정제된 음악을 완성해냈다. 또한 누구도 제시하거나 선보이지 못할 화성과 변박, 불협화음의 강렬하고 거친 사운드의 결합은 이전 작품들보다 더 큰 각으로 그려졌다.  

보이보드 음악의 중심은 기타리스트 피기(Denis D'Amour)에 있었다. 2005년 그의 사망 이후 츄이(Daniel Mongrain)가 새롭게 가입했다. 아방가르드 현대무용단을 창립하며 탈퇴와 재가입을 번복하던 블래키(Jean-Yves Thériault)를 대신하며 2014년 로키(Dominic Laroche)가 새로운 베이시스트로 가입했다. 두 멤버의 가입을 전후해서 보이보드의 음악은 이전과 다른 격을 보이기 시작했다. 레코딩 방식의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Target Earth](2013)와 주노상을 수상한 [The Wake](2018)를 이어 정교함과 묵직함을 더해 완성된 음반이 바로 2022년 발표된 [Synchro Anarchy]이다. 전작을 이어 멤버들과 함께 프란시스 페론(Francis Perron)이 공동으로 믹싱과 프로듀싱을 담당했고, 재킷 디자인 역시 드러머 어웨이가 담당했다. 첫 곡 ‘Paranormalium’부터 아홉 번째 트랙 ‘Memory Failure’까지 48분여에 달하는 러닝타임으로 구성된 [Synchro Anarchy]는 독일과 영국 차트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등 평단과 팬들에게 고른 평가를 얻어내고 있다. 


새로운 헤비메탈, 뭔가 다른 헤비 사운드를 접하고 싶다면 보이보드의 신작과 과거 음반들을 마주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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