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마니아가 쓴 1980년대 헤비메탈 가이드북
[88Metal (쌍팔메탈)] 김광현 / 노웨이브
세상에는 반전의 행보를 보여주는 이들이 적잖다. ‘1980년대 헤비메탈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이라는 부연이 달린 이 책은 재즈 월간지를 20년 넘게 발행하고 있는 한 평론가가 헤비메탈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완성했다. 책의 저자 김광현은 월간 재즈피플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재즈를 주된 글감으로 살아오던 이가 정반대에 위치한 장르를 다루는 책을 내놓았다는 점부터 이 도서는 흥미를 갖게 만든다. 김광현은 지긋하고 진득한 성품과 말투를 넘어서 열정과 추진력까지 지닌 인물이다. 또한 LG트윈스와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를 예찬하고 가족에 대한 애정도가 넘치는 일반인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재즈와 클래식, 헤비메탈을 즐겨 듣던 그는 이번 책을 오래 전부터 기획해 왔다. 글을 완성해 가며 책의 제목을 ‘선데이서울’의 제호처럼 한글 ‘쌍팔메탈’로 정하려 했다. 편집 과정을 거치며 책은 ‘88Metal’로 결정되었고, ‘쌍팔메탈’은 부제로 선명한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파격적이었던 발상만큼 ‘88Metal’은 책의 디자인부터 이목을 집중하게 만든다. 1980년대를 상징하는 헤비메탈이었던 글램메탈을 연상하게 만드는 인물에 짙은 붉은색과 검정색이 명암을 이룬 표지의 색감은 책의 제목에서 전해지는 이미지를 그대로 담은 듯 선정적이다.
우리나라에 헤비메탈 마니아가 이리 많았나? 벌써 2쇄를 넘어섰다. 책은 저자의 글을 좋아하는 팬들만 관심을 갖거나 구매하는 게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88Metal’의 성공적인 흐름은 ‘저자 김광현’이 갖는 명성에 ‘헤비메탈’이라는 장르가 덧씌워진 결과 외에도 일반 대중의 선택 역시 가미되었다고 추론된다. 책에는 총 88장의 음반이 소개된다. 48장의 주요 음반을 중심으로 ‘기타리스트’, ‘라이브’, ‘여성 뮤지션’, ‘한국 헤비메탈’의 4개 파트에 40장의 음반이 포함되어 구성되었다. 선정한 음반들은 시기적으로 헤비메탈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83년부터 1992년까지의 주요 뮤지션과 밴드의 음반들이다. ‘88Metal’은 헤비메탈 마니아가 아니어도 한 번 즘 접했을 법한 음반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팔팔하게 살아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