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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Jan 03. 2017

영화를 빛낸 음악, 피나 바우쉬 'Pina'

결코 쉽게 사라질 수 없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담은 다큐멘터리 

결코 쉽게 사라질 수 없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담은 다큐멘터리 '피나(Pina)' 

     


피나 바우쉬는 ‘현대 무용의 거장’이라는 호칭이 붙어 다닌 세계적인 안무가이자, 무용계에서는 최초로 ‘괴테상’을 수상한 명인이다. 그러나 낯가림과 수줍음이 심했던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대중 앞에 많이 나서지 않았던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춤과 연극, 그리고 노래와 미술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탈장르 양식인 '탄츠테아터'로 20세기 현대 무용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다. ‘탄츠테아터’는 20세기 중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문화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독창적인 무용 형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피나 바우쉬의 명성은 독일 부퍼달 시립 무용단의 단장이며, 안무가로 활동하는 가운데 더욱 넓게 형성되었다. 인구 40만 명의 작은 도시 부퍼달은 현재 피나 바우쉬의 명성으로 인해 세계적인 관광 도시가 되었다. 피나 바우쉬는 국내 대중들과도 친숙한 아티스트였다. 된장찌개와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을 만큼 한국에 남다른 사랑을 갖고 있던 그녀. 대한민국 문화예술 홍보대사로 활동한 적도 있었던 피나 바우쉬는 안타깝게도 2009년 폐암 선고 5일 만에 세상을 성급히 떠나고 말았다.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했던 거장 빔 벤더스는 피나 바우쉬의 지난 활동과 안무를 3D 효과로 극대화시켜 2011년에 트리뷰트 형식의 작품 ‘피나(Pina)’를 발표한 적이 있다. ‘피나’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만든 3D 영화였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실사형 100%의 3D 영화이기도 했다. 국내에는 <카페 뮐러>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는 그녀의 삶이 관조적이지만 몰입도 깊게 투영되어 있다. 극 중에 다채롭게 표현된 안무의 파노라마는 사랑과 욕망, 그리고 그리움과 슬픔, 고뇌를 그득 담아내며 완성되었다. 영화 ’피나‘는 육체의 언어에 가장 큰 감동과 의미를 전해주던 피나 바우쉬의 모든 역사가 함께 하는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빔 벤더스의 새로운 예술 영역으로 확장된 ‘피나’는 극의 인트로에 <봄의 제전>의 잔잔한 에너지를 빌려 시작된다. 봄의 힘찬 생명력을 다소 거친 군무를 통해 보여줬던 <봄의 제전>, 인간의 소원과 개인적인 외로움을 축소판으로 담아낸 <카페 뮐러>, 남과 녀의 관계에서 불꽃이 일 듯 탄생되는 호기심과 욕망, 그리고 잔인한 흐름을 다뤘던 <콘탁트호프>, 비바람 속에서 공포와 두려움 가득 찬 내면세계와 싸우며 사랑을 갈망하는 극렬한 <보름달>까지 피나 바우쉬의 대표작 4편을 극 전반에 온전히 흩뿌려 놓고 있다. 감독은 피나 바우쉬의 4개의 작품을 통해 사랑과 자유, 그리고 슬픔과 소원, 희망 등 인간 내면의 가장 원초적인 감성과 풍부한 감정의 선을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해냈다. 한 마디로 피나 바우쉬 무용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언론과 일반인에 공개되지 않았던 피나 바우쉬의 생전 모습이 담긴 여러 흑백 영상과 오랜 시간을 그녀와 함께 해 온 부퍼탈의 무용수들이 피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을 묵시와도 같은 표현법으로 기록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영화 ‘피나’는 춤추는 댄서들의 곁을 시종 따라붙은 3D 카메라와 객석의 정중앙에 배치되어 움직이는 크레인 카메라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댄서들과 함께 무대에 서 있는 것과 같은 착란에 빠지게도 한다. 무용수들 동선의 빈 공간을 확장시킨 소형 경량 카메라는 관객들이 실제 느끼고, 인지하고 있는 공간 외까지도 확장해서 품고 있다. 무엇보다 연출적인 측면에서 무용수들의 동선을 사전에 철저히 분석한 가운데, 그 사이에서 카메라 자체가 춤추듯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은 실사 3D의 큰 묘미라 할 수 있겠다. 그 결과 ‘피나’는 지금까지의 3D 기술을 넘어서 실제 무용수들의 호흡 하나하나, 미묘한 표정 변화와 제스처, 떨림까지 잡아내는 최신 3D 영상의 혁명을 이루었다. 음악적으로도 영화 ‘피나’는 매력적이다.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말러, 퍼셀, 그리고 그 어느 영화에도 삽입되거나 소개되지 않았던 출중한 월드음악과 민속음악의 향연은 영상과 버금가는 감동이라 할 수 있다. 영화 '파리, 텍사스'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통해 이미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소개해 왔던 빔 벤더스 감독은 ‘피나’에서 작곡가 톰 한라이히와 준 미야케 등과 함께 피나의 춤을 여러 크로스오버 형식의 음악으로 녹여냈다. 때문에 영화 ‘피나’는 무용이나 피나 바우쉬를 모르는 이들이 본다 해도, 깊은 감성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 ‘더 셀(The Cell. 2000)’의 시각과 청각의 충격처럼 말이다.


영상과 음악을 통해서 과거의 우정의 끈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는 빔 벤더스. 그렇게 피나 바우쉬의 인생과 그녀의 예술혼은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 부퍼달을 여전히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유지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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