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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Jan 09. 2017

David Bowie 1주기를 추모하며

지기 스타더스트, David Bowie 

“I Don’t Know Where I’m Going From Here, But I Promise It Won’t Be Boring”

(1998년 50세 생일 축하 공연에서...)

지기 스타더스트, David Bowie를 추모하며

인간의 삶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낀 2016년 한 해였다. 하나의 표현으로 담을 수 없는 뮤지션이자, 영화배우, 그리고 스타일리스트였던 데이빗 보위(David Bowie)가 2016년 1월 10일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보위 측은 보위의 사망 당일 공식 계정을 통해서 “가족이 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사망했다. 많은 분들의 애도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보위의 아들로 일명 ‘조위 보위(Zowie Bowie)’로 알려진 덩컨 존스(Duncan Jones)는 트위터를 통해 “사실이라고 말하게 돼 매우 유감이고 슬프다”고 부친의 사망이 사실임을 확인시켜줬다. 공교롭게도 그가 세상을 떠난 요일은 그의 데뷔앨범에 수록되었던 ‘Love You Till Tuesday’와 같은 화요일이었다. 데이빗 보위의 일주기를 애도하며, 그의 음악과 영화 이야기를 소개한다. 


스스로 탄생시킨 Ziggy Stardust를 향한 애도의 물결

데이빗 보위의 외적인 매력은 ‘오드아이(Odd Eye)’, 즉 양 눈의 동공 색깔이 다르다는 점에서 먼저 발견된다. 1972년 가공의 록스타인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를 창조했던 앨범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에서 최초로 글램록을 선보인 보위는 20세기의 가장 성공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장르적으로 글램록은 물론 프로그레시브록과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아트팝 등을 오가며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선보였던 보위는 지금까지 1억 3천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해 나왔다. 기존의 권위와 성정체성의 혁명을 불러일으키며 선보였던 특유의 이미지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젊은이들과 전위 예술가들을 열광시켰다. 1969년 ‘Space Oddity’를 통해 한 편의 SF영화를 창조했던 보위는 2000년 뮤지션을 대상으로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에서 조사한 앙케이트에서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보위는 자신의 66번째 생일인 2013년 1월 8일에 10년만의 새 앨범 [The Next Day]의 첫 싱글 ‘Where Are We Now?’의 뮤직비디오를 자신의 사이트에 공개하며 활동을 재개했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16년 1월 8일(현지 시간)에 신보이자 27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Blackstar]가 발매되었고, 보위는 이틀 후인 1월 10일에 세상을 떠났다. 뮤지션이 신보를 발매하고 얼마 뒤 세상을 떠난 경우는 흔치 않다. 유작이 되어버린 [Blackstar]는 여전히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으로 평단과 대중들의 극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 동안 들려주었던 음악 가운데 팝적인 요소가 가장 많이 빠진 이 앨범의 주된 가사는 이미 죽음을 예언한 내용이 많이 발견됨으로 해서 더 큰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보위의 죽음이 알려진 이후 국내외의 많은 뮤지션들이 SNS를 통해서 그를 애도했다.  마돈나(Madonna)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당신을 만났던 건 행운이야. 핫 트램프 정말 사랑해!”라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젊은 시절 보위와 함께 한 마돈나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지미 페이지(Jimmy Page)는 “팝의 얼굴을 바꾼 사람”이라며 그를 기렸고,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s)는 “우리는 데이빗 보위의 아이였다”며 그의 음악적 영향을 기억했다. 밴드 혁오의 리더 오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별다른 코멘트 없이 보위의 젊은 시절 사진을 게재했으며, 래퍼 빈지노 역시 보위의 앨범 재킷을 게재하며 그를 추모했다. 특히 보위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빅뱅의 지드래곤은 보위의 사진과 함께 “Rest In Peace #Davidbowie”라는 글을 올리며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굵직하고 다양했던 음악 여정

데이빗 보위의 음악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과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에 열광하던 자신의 형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보위가 처음으로 접했던 악기는 무대에서 간혹 선보였던 알토 색소폰이었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선보이면서 친숙함을 배가하기 위해 보위는 색소폰을 잘 활용했던 뮤지션이었다. 그는 2016년까지 27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9장의 라이브 앨범, 3장의 사운드트랙을 내놓았으며 111개의 싱글을 발표했었다. 또한 보위는 1972년 모트 더 후플(Mott the Hoople)과 루 리드(Lou Reed)와의 공동 작업을 시작으로 이기 팝(Iggy Pop), 티나 터너(Tina Turner) 등 많은 뮤지션들의 앨범에 초빙되어 콜라보레이션을 펼쳤었다. 1973년 [Aladdin Sane]을 통해 영국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이후 총 7차례 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것과 달리, 보위는 미국 앨범 차트에서 단 한 차례도 1위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2013년 발표된 [The Next Day]가 2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 순위였다. 이는 싱글 차트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노래는 ‘Fame’과 ‘Let's Dance’ 단 두 곡뿐이었다. 

데이빗 보위의 음악이 그 어느 뮤지션보다 선망어린 사랑을 이끌었던 이유는 그가 발표하는 모든 앨범이 각각의 개성과 실험성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글램록의 창시자로 칭해지지만, 그는 글램록 이상의 영역을 음악계에 형성하며 자신의 음악 인생을 채워 나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내가 진정으로 들려주려고 하는 음악에는 딴전을 피우다가, 정작 별 의미없는 사운드에 열광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슈보다는 자신의 음악에 중점을 두고 작품 활동을 벌여 나왔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27장의 앨범을 통해 지구를 떠난 David Bowie

상업미술을 공부한 데이빗 보위는 1964년 킹 비스(King Bees)를 조직해서 영국 차트에 랭크된 싱글 ‘Liza Jane’을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 데이빗 보위는 매니쉬 보이스(Manish Boys)에 가입했고, 새롭게 로우어 써드(The Lower Third)를 조직하고서 7인치 싱글 [You've Got A Habit Of Leaving]을 발표한다. 1966년 데이빗 존스(David Jones)라는 이름 대신 데이빗 보위라는 현재의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같은 해 데이빗 보위 앤 로우어 써드(David Bowie&The Lower Third)라는 이름으로 싱글 [Can't Help Thinking about Me]를 발표하고서, 보위는 솔로 아티스트로 전향해서 1966년 솔로 싱글앨범 [Do Anything You Say]를 내놓는다. 고교 졸업 후에는 광고회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보위는 더 후(The Who)와 공연을 펼칠 정도로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 나갔다. 19세의 나이인 1967년에 데뷔 앨범 [David Bowie]를 발표한 이후 그를 대표하는 노래 ‘Space Oddity’가 수록된 2집 앨범 [David Bowie(1969 album)]부터 그는 급격하게 인지도를 형성한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맞춰서 발표된 이 앨범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를 모티브로 제작된 음반이었다. 1972년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며 [Spacy Oddity]로 재발매되면서 그는 전 세계적인 이슈를 끌어 모았다. 



너바나(Nirvana)가 [MTV Unplugged In New York] 앨범에서 리메이크했던 [The Man Who Sold The World]는 보위가 지닌 재능의 다양함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Hunky Dory] 이후 발표된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는 미국에서만 50만 장의 판매를 기록하며 ‘지기 스타더스트’의 신화와 함께 새로운 록스타를 탄생시켰다. 또한 이 앨범은 롤링스톤지에선 선정한 ‘역대 최고의 앨범 500선(5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에서 35위를 기록했다. 보위는 1972년 1월 음악 잡지 ‘멜로디 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바이섹슈얼임을 밝혔으며, 그의 첫 번째 부인 앤지 바넷(Angie Barnett)은 보위가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믹 재거(Mick Jagger)와 연인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패티 스미스(Patti Smith)의 [Horses] 앨범과 함께 성정체성이 모호한 대표적인 재킷으로 유명한 [Aladdin Sane]을 1973년에 내놓은 보위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고전적 공상소설인 ‘1984’와 전위작가 윌리암 버로우스(William S. Burroughs)의 소설에서 발상을 해서 만든 경이적인 작품 [Diamond Dogs]를 내놓는다. 1975년에 이르러 보위는 존 레논(John Lennon)과 공동으로 작곡한 노래로 유명한 ‘Fame’이 수록된 앨범이자 현대 사회의 타락과 잔인성을 고발한 작품인 [Young Americans]를 1975년에 발표한다. 소울과 펑크(Funk)를 뒤섞었던 퓨전앨범이었던 이 앨범 이후 보위는 은퇴를 선언한다. 


은퇴 선언이 무색하게 1976년 보위는 [Station To Station]을 내놓고, 이 즈음 그는 마약 중독으로 기행을 일삼다가 베를린으로 요양을 떠나게 된다. 보위는 요양 중 현지에서 만난 앰비언트 음악의 대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와 함께 어둡고 밀도감 있는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담았던 [Low]와 [Heros], [Lodger]를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1971년 보위는 퀸(Queen) 최초의 듀엣곡으로 알려진 ‘Under Pressure’를 통해 이슈를 끌어 모았고, 영국 차크 1위를 기록한 [Scary Monsters(And Super Creeps)] 발표 이후인 1983년에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과 이기 팝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Let’s Dance]가 히트를 이으면서 보위의 음악은 다시 한 번 큰 주목을 이끌어 냈다. 1985년 보위는 퓨전재즈 밴드 팻 매시니 밴드(Pat Metheny Band)와 영화 [The Falcon And The Snowman]의 테마곡 ‘This Is Not America’를 녹음했고,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와 함께 ‘Dancing In The Street’를 리메이크해서 차트에서 맹위를 떨치게 된다. 



1987년 [Never Let Me Down]을 통해서 히트 행진을 계속한 보위는 1989년 리브스 가브렐스(Reeves Gabrels. 리드기타), 토니 세일즈(Tony Sales. 베이스, 보컬), 헌트 세일즈(Hunt Sales. 드럼, 보컬)의 라인업으로 밴드 틴 머신(Tin Machine)을 결성해서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지만, 별 반응을 끌어내지 못한 채 밴드는 곧 해체되었다. 1993년 보위는 솔로 활동을 개시해서 [Black Tie White Noise]과 브라이언 이노와의 콜라보레이션 앨범인 [Outside] 등을 발표했다. 1997년 1월 그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마련한 ‘매디슨 스퀘어 가든 콘서트’ 실황은 [Earthling] 앨범으로 제작되었으며, 1999년 이후 보위는 시간과 인생, 늙어가는 인간의 삶을 주제로 한 [Hours]과 [Heathen]을 차례로 내놓았다. 

2000년에 들어서며 보위는 대영 제국 훈장 3등급 수훈자와 기사작위 명단에 올랐으나 모두 거절했다. 보위는 작위 거절의 이유에 대해서 “나는 결코 용을 때려잡은 적이 없다. 그냥 음악을 만든 것 뿐이다”라는 시니컬한 대답을 남기기도 했다. 2003년 발표된 [Reality]의 수록곡은 기존 곡들과 함께 온라인에서 ‘믹싱 컨테스트’를 개최하는 이벤트로 이어지기도 했다. 2004년 보위는 투어 도중 넘어져서 부상을 당했고, 이후 심장질환 수술을 받으면서 은퇴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전작 발표 이후 10년만인 2013년에 발표된 [The Next Day]는 영국 앨범 차트와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그의 부활을 이끌었다. 

     


데이빗 보위 음악의 숨은 조력자믹 론슨(Mick Ronson) 

믹 론슨(Mick Ronson)은 데이빗 보위와 함께한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음악적으로 보위에게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다. 1970년대 보위가 등장시킨 글램록에 큰 조력자였던 믹은 단순 세션 이상의 기타 실력을 지녔었다. 보위의 초기 음반들에서 그가 연출한 기타는 보위의 전위적인 감성을 배가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거칠고 강렬한 비트의 펑크 리듬과 록큰롤이 흥겨운 비트와 싸이키델릭한 연주에도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다. 한편 믹은 루 리드의 <Transformer>와 모리세이(Morrissey)의 <Your Arsenal> 등 음악적 기품이 남다른 뮤지션들의 프로듀싱을 많이 담당했었다. 밥 딜런(Bob Dylan)과 로저 맥퀸(Roger Mcguinn) 등 많은 뮤지션들의 세션 활동도 병행했던 믹은 1993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데이빗 보위와 함께 했던 더스트들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에 수록되었던 ‘Lady Stardust’는 보위가 데뷔 시절 절친했던 티-렉스(T-Rex)의 마크 볼란(Marc Bolan)을 기리며 작곡한 노래이다. 보위는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를 기리는 헌정 공연에서 퀸과 함께 협연을 했고, 2013년 사망한 루 리드(Lou Reed)와도 각별했었다. 세 명의 걸출한 뮤지션 곁으로 떠난 지기 스타더스트의 행복을 기원한다.



The Man Who Return to Mars, 데이빗 보위(David Bowie)

데이빗 보위에게 무한한 우주의 신비한 기운은 영원한 신성함이자 아름다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자신의 초현실적인 자아를 예술과 접목하기 위하여 많은 실험적인 활동을 했다. 스스로 외계에서 왔음을 선언하고 짙은 화장과 여성의 드레스를 입는 등 극단의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영화인 데이빗 보위를 이야기할 때 글램록 관련 영화의 대표작품인 <벨벳 골드마인(Velvet Goldmine. 토드 헤인즈 감독. 1998년)>을 떠올린다. 하지만 명반 ‘Space Oddity’를 탄생시킨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Space Odyssey)>나,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 <Diamond Dogs>의 토대가 되었던 조지 오웰의 ‘1984’처럼, 보위의 음악적 영화적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이었다. 


가수 활동과 함께 연기 공부를 시작했던 보위는 1967년 <The Image> 이후 2009년 <Bandslam>까지 30여 편에 이르는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1976년 니콜라스 로그(Nicolas Roeg) 감독의 <지구로 떨어진 사나이(The Man who Fell to Earth)>에서 첫 메이저 영화 주인공을 맡아, 물을 찾아서 지구로 온 ‘토마스 제롬 뉴튼(Thomas Jerome Newton)’이라는 다소 난해한 외계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리고 1980년에는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엘리펀트 맨(The Elephant Man)>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주연을 맡아, 1981년까지 무려 157회의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1983년 데이빗 보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감독 오시마 나기사(Oshima Nagisa)의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에 ‘잭 샐리어스’ 대령 역할로 출연하여 호평을 받았고, 코미디 영화 <몬티 파이톤(Monty Pyton)>등에 출연하여 연기의 폭을 넓혀나갔다. 1985년에는 영국의 뉴웨이브 록그룹 듀란듀란(Duran Duran)의 O.S.T로도 유명한 007 시리즈 <어 뷰 투 어 킬 (A View to a Kill)>의 악당 ‘맥스 조린(Max Zorin)' 역할을 제의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위 주연으로 국내에 공식 개봉된 첫 영화는 짐 핸슨(Jim Hensen) 감독의 <라비린스(Labyrinth)>였다. 1986년 개봉한 판타지 뮤지컬 영화 <라비린스>에서 보위는 고블린들의 왕 ‘자레스(Jareth)’ 역할을 맡아서, 금발의 유혹적인 외모와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여주인공 역의 ‘제니퍼 코넬리’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듯한 마성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후로도 그는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Twin Peaks:Fire Walk With Me>, 앤디 워홀(Andy Warhol) 등의 거장들과 함께 작업하며 ‘배우 데이빗 보위’의 존재감을 공고히 했다. 그밖에도 1999년에는 미스터리 TV 드라마인 <The Hunger>와 애니메이션 <아더와 미니모이(Aurther And Invisible)>에 목소리 출연을 하는 등, 장르와 역할에 구애받지 않는 폭넓은 연기력을 과시했다. 이제 인터넷 백과사전에 ‘데이빗 보위(David Bowie)’라는 이름을 검색해 보면, ‘싱어 송 라이터. 영화배우. 양성애자. 그레미상 수상자. 에미상 수상자. SF 명예의 전당. 그리고, 암으로 죽은 사람’ 이라는 문장들이 나온다. 



■ 데이빗 보위 대표 출연작

<지구로 떨어진 사나이(The Man Who Fell to Earth)> 

1976년 영국

감독. 니콜라스 로그

출연. 데이빗 보위, 립 톤 

데이빗 보위의 첫 주연 작품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역에 명배우 피터 오툴(Peter O'Toole)이 거론되었지만, 결국 보위가 주연을 맡게 되었다. 외계인 토마스 제롬 뉴튼은 물을 찾으러 지구에 왔다가 지구인들보다 앞서 있는 자기별의 기술로 많은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인간들의 사악한 유혹에 빠져 결국 희생당하고 만다. 한 순수한 외계인이 간교한 인간들에게 이용당한 후 버려진다는 서글픈 내용이지만, 비논리적이며 비현실적으로 시공간을 제 멋대로 오가는 교차편집과 독특한 화면 구성을 이용해 시대를 앞선 뛰어난 영화적 상상력을 보여준 작품이다. 



<전장의 크리스마스戦場のメリークリスマス (Merry Christmas, Mr. Lawrence)>

1983년 일본,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합작 영화

제작. TV 아사히

감독. 오시마 나기사 

출연. 잭 셀리어스 소령 - 데이비드 보위

요노이 대위 -  류이치 사카모토

하라 겐고 중사 - 기타노 다케시

영화 <감각의 제국>으로 전 세계에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일본 감독 오시마 나기사의 작품으로, 1942년 태평양 전쟁 중에 일본군 주둔지인 자바지역에서 일본군과 영국군 포로들 사이에 벌어지는 동성애와 애증을 다룬 또 하나의 문제작이다.



<라비린스(Labyrinth)>

1986년 미국

감독. 짐 헨슨

출연. 제니퍼 코넬리, 데이빗 보위 

어린 동생을 돌보고 있던 사라(제니퍼 코넬리)는 홧김에 동생을 고블린들이 잡아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진짜로 고블린들이 동생을 납치해 가고, 고블린의 왕 ‘자레스(데이빗 보위)’는 사라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마왕에게 대항해 동생을 되찾으려는 사라의 대모험이 시작된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1988년 미국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윌리엄 데포, 바바라 허시, 데이빗 보위

원작.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zakis)의 원작 소설을 영화한 작품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고통스러운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적인 유혹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성모독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종교계의 거센 반대로 인해 2003년도에 개봉되었다.



<트윈 픽스(Twin Peaks: Fire Walk with Me)>

1992년. 미국. 프랑스

감독 데이빗 린치

출연 쉐릴 리, 레이 와이즈, 데이빗 보위

작고 조용한 마을 트윈 픽스에서 어느 날 금발의 소녀 시체가 강 위로 떠내려 오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수사를 위해 FBI수사관들이 파견되지만 그 중 한명이 실종되면서 수사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데이빗 린치적인 난해하고도 잔인한 환상이 가득한 대표작품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데이빗 보위가 세상을 떠났다. 한 세기를 풍미했던 신화 중 커다란 맥을 짚었던 의미있는 별이 조용히 사라졌다. 글램록과 모즈룩의 지루했던 눈 화장과 드레스를 이제야 벗어버리고, 하얀 져지 셔츠에 중절모를 눌러 쓴 채 시크한 웃음을 날리며 그는 잠시 떠나왔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은하계를 유랑하다 우연히 지구로 떨어졌던 사나이, 데이빗 보위. 더 없이 뛰어난 뮤지션이자, 훌륭한 배우, 그리고 모든 뮤지션들의 우상이었던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면서, 신비한 모험의 길을 떠난 예순 아홉 살의 노장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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