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과 기타의 향유, 놓칠 수 없는 음악 내놓은 Takida
타키다(Takida)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실버 팡(Silver Fang)’의 캐릭터 ‘다케다 고희(Takeda)’에서 밴드 이름을 차용했다. 건장한 다섯 명의 멤버는 걸쭉하고 팽팽한 감도를 지닌 음악을 구사한다. 니클백(Nickelback)이 연상되듯 얼터너티브와 팝록으로 분류되는 타키다의 음악에는 하드록과 헤비메탈의 기조가 짙게 깔려 있다. ‘듣기 편한 하드록’, 이는 타키다 음악의 철학이다. 결성 25년을 맞이한 타키다는 아직까지 세계적인 반열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스웨덴 내에서 절대적인 인기와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지배해 나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의 장악력까지 지니고 있다. 타키다 음악이 지닌 장점은 보컬 로버트 페터슨(Robert Pettersson)의 안정된 가창 라인에 있다. 하이와 중저음, 클린과 그로울링의 톤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여기에 크리스 렌(Chris Rehn. 건반)을 중심으로 펼치는 유려한 연주 파트는 곡조와 어울려 청자를 아련하게 이끄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2000년 스웨덴에서 결성된 타키다는 2005년 인디 레이블 나인톤(Ninetone Records)과 계약을 맺고 자신들의 공연장에서 여전한 리퀘스트를 이루고 있는 첫 싱글 ‘Losing’을 내놓았다. 다음 해 발표된 [...Make You Breath](2006)는 자국 내에서 잔잔한 히트로 이어졌다. 레이블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제작되어 발표된 2집 [Bury the Lies](2007)는 스웨덴 차트 1위에 올랐고 오랫동안 차트에 랭크되었으며, 5만 장 가까운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타키다를 상징하는 앨범으로 기록되는 이 음반의 수록곡 가운데 ‘Curly Sue’는 밴드 고유의 풍성한 가창과 연주의 맥이 담겨 있다. 음반의 성공 이후 여러 대형 레이블의 유혹에도 자신들의 창작에만 몰두한 타키다는 또다시 차트 1위에 오른 [The Darker Instinct](2009)와 [The Burning Heart](2011)를 연달아 발표하고 나서 로드러너(Roadrunner Records) 레이블로 이적했다. 이 사이 아마란스(Amaranthe)의 엘리제 리드(Elize Ryd)와의 협업은 밴드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어느덧 10집이다. 2024년 2월에 발표된 [The Agony Flame]는 이들이 발표한 이전 앨범과 흡사하지만, 가장 어두운 톤으로 채색되어 있다. 이전에 선보이던 팝록적인 사운드의 감도를 줄이고 고딕, 둠과 같은 장엄한 감성을 축으로 완성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솔리튜드 이터너스(Solitude Aeturnus)의 ‘Dream Of Immortality’와 같은 바닥을 치는 고딕과 둠을 연상할 필요는 없다. ‘Third strike’, ‘Sacred spell’, ‘Your blood awaits you’, ‘On the line’에서 전달되는 곡조와 연주의 감흥은 뛰어나다. 또한 ‘In time’, ‘Sickening’에는 연륜 넘치는 하드록의 맥으로 흥겹다.
얼핏 이번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지나온 시간이나 인물, 상황 등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신기한 매력도 전달된다. 건조한 피부 위를 잔잔하게 흐르는 액체의 간지럼처럼 감성의 매끄러운 정제를 동반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요소를 또렷하고 정제된 발성과 호흡으로 전하는 보컬은 두고두고 감상할 수밖에 없는 흡인력을 띄고 있다. ‘Second fiddle’처럼 반들거리듯 미세하게 빛나는 레코딩과 음향의 품격 역시 좋다. 마지막으로 건반과 기타 연주의 유연한 고리는 놓칠 수 없는 올해의 음악이라고 덧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