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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Jul 20. 2017

여러 라면과 관련된 이야기와 연상되는 음악들

전쟁과 라면그리고 음악

1945년 8월 15일, 미국의 원폭 투하로 일본이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당시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과 한반도로 남하하던 구 소련군은 두 나라의 합의 하에 한반도를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분할하여 북쪽은 소련이, 남쪽 이하 일본 본토는 맥아더의 군정 아래 내각을 구성하게 했다. 


패전국인 일본에서는 중국계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가, 구호품으로 배급된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기름에 튀겨내어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한 번에 끓여먹기 편한 식사대용품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바로 인스턴트 <라면>의 시초였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라면과 연상되는 음악을 함께 소개해 본다. 




라면의 원조 <삼양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삼양식품의 창립자인 전중윤 회장이 일본의 명성 식품으로부터 기술 원조를 받아 처음으로 <삼양라면>1호를 탄생시켰다. 우리 국민들에게 라면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식 아닌 주식 같은 주식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난이었다. 1945년 해방의 기쁨도 잠시, 1955년 발발된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굶주림과 싸우며 일했다. 오죽하면 자다가 굶어 죽었을까 봐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식사하셨습니까?”가 인사가 되었을까. 

처음에는 라면을 낯설어하던 국민들도 1965년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 이후, 라면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10원이라는 당시로서도 대단히 저가에 판매되었던 삼양라면은 몇 년 만에 매출이 300배에 이르는 엄청난 성장률을  보였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국민들은 새벽종이 울리면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도 만들고, 군인들은 라면을 부숴먹으면서 밤새 전방에서 조국을 지켰으니, 삼양라면이야 말로 최고의 애국자요 최고의 일꾼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삐삐밴드 – 안녕하세요

Starship – We Build This City

DVBBS – We were Young (Original Mix)



형님 먼저아우 먼저 <농심라면>

1965년 롯데 공업의 신춘호 회장은 <롯데라면>을 만들어 삼양라면의 철옹성을 공략하고자 했다. 1974년 <농심라면>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국민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판매율을 높여갔지만, 역시 ‘껌이라면 롯데‘, ’라면은 삼양‘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1989년 이른바 ‘우지파동’ 사건이 터지면서, 삼양식품은 라면을 식용이 아닌 공업용 소기름에 튀겼다는 악의적인 언론 보도로 인해 라면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60%에 육박했던 삼양의 시장 점유율은 6% 이하로 곤두박질쳤고, 삼양은 1000명의 직원을 해고하면서 폐업 직전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무려 7년 9개월간의 긴 소송 끝에 결국 삼양은 공업용 우지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되었지만, 사건 이후 판매율 1위로 올라선 농심은 각종 라면들을 쏟아내놓으면서 민심을 장악했고, 삼양에게는 우지라면을 만들었다는 씻을 수 없는 불명예가 남겨졌다.

Dire Straits – Brothers In Arms

Eminem – Without Me

커피소년 – 내가 네 편이 되어 줄게



먹방의 시대를 연 <꼬꼬면>

오늘날의 시청자들은 티브이 채널을 돌릴 때마다 각양각색의 <먹는 방송>을 보게 된다. 각종 산해진미를 볼이 미어터져라 쑤셔 넣는 ‘이미 거구’인 사람들도 있고, 노벨 화학상 실기시험 치르는 것처럼 신중한 모습으로 재료를 저울질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스타의 집 냉장고를 털어 오는 사람들, 아무리 봐도 ‘식당 밥’ 같은데 엄마가 해주는 ‘집 밥’이라고 우기는 사람 등둥, 그 주제와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먹방들은 허기진 우리 현대인들의 위장과 마음을 동시에 위로해 주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먹방 요리의 시초는 역시 ‘라면’이었다. ‘라면 잘 끓이기’, ‘라면 많이 먹기’등의 대회를 경쟁적으로 벌이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남자의 자격>에서 ‘라면의 달인’이 된 개그맨 이경규는 기존의 쇠고기 베이스 대신 치킨베이스를 사용해 하얀 국물과 청양고추의 매운맛을 낸 자신의 라면을 한국 요구르트와 손잡고 생산, 판매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라면은 <꼬꼬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첫 달의 매출이 무려 60억에 달하는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Michael Jackson - Black or White  

Bump of Chicken – Sailling Day

윤딴딴 – 그대 눈에 톡



짜장 라면의 무한도전 <짜파게티>

여름이니까 페스티벌. 여름엔 무도 가요제.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여름 하면 록 페스티벌을 기다리게 되었고, <무한도전>하면 가요제를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가요제 이전에 무한도전에는 늘 ‘도전’이 있었고, 도전에는 반드시 ‘먹방’이 존재했다. 무한도전 멤버 개그맨 정준하는 2010년부터 맛 집 탐방 예능 프로그램인 <식신로드>를 진행하면서 대식가로서의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는데, 이를 무한도전으로 가져와 여러 회에 걸쳐 음식과 승부를 겨루었다. 그가 방송에서 자주 탐식한 면류는 “일요일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CM송으로 유명한 농심 <짜파게티>이었다. 

1984년 처음 출시된 이후 ‘국민 짜장라면’으로 칭송받고 있는 짜파게티에 맞서, 한때 꼬꼬면의 이경규가 젊은 시절 특유의 눈알 굴리기를 선보이며 “자연스럽게~짜짜로니!”라는 경쟁업체의 제품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었다, 요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짜왕> 역시 농심 제품인데, 짜파게티보다 더 짜장면에 가깝게 굵고 탱탱한 면발과 액상 수프로 볶듯이 비벼먹는 맛이 별미인 <짜왕>은 무한도전에 형님인 <짜파게티> 대신 출연하면서 더욱 주가가 올라갔다.

십센티 – Fine Thanks and You

자이언티 - 양화대교



너구리 한 마리 먹고 가세요. <너구리

농심의 <너구리>는 짜파게티보다 더 이전인 1982년에 처음 출시되어, 무려 33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효자 제품이다. 너구리라는 명칭은, 가락국수 라면이라는 제품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일본의 ‘다누키 가락국수’(사누키 가락국수와는 다른)에서 이름을 따 온 것으로, 일본어 ‘다누키’는 우리말로 ‘너구리’라는 뜻이다. 너구리는 광고 카피 그대로 오동통한 면발과 얼큰한 해물 맛을 내기 위해 진짜 건조 다시마가 한 장씩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출시 초기에는 실수로 다시마가 한 두 장 더 들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공정이 현대화, 기계화되면서 이런 실수는 0%가 되었지만, 아직도 실수 인 척, 두 장의 다시마가 들어 있는 너구리가 가끔 발견되면서, 농심의 너구리 마케팅 센스를 보여준다.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와 “오동통한 내 너구리” 역시 광고계에 전설로 길이 남을 유명한 멘트인데, ‘오동통’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맨 처음 그 대사를 했던 광고 모델은, 가수 ‘이승철’과 1995년에 결혼한 여배우 ‘강문영’이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 가수와 배우 커플이었던 두 사람은 세기의 만남이라는 화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2년 뒤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

 버스커버스커 – 여수 밤바다

이승철 –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Julian Lennon – Too Late for Good-byes


두 손으로 비벼도 되잖아. <팔도 비빔면>

오른손으로 비비고~왼손으로 비비고~라는 커머셜 송이 라면만큼이나 유명한 팔도 비빔면은 1984년 출시라는 만만치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비빔라면이다. 함흥냉면을 모티브로 삼아서 냉수에 후루룩 건져내는 쫄깃한 면발과 적당히 매우면서도 새콤달콤하게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그 맛>으로 타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내놓는 비빔면계에서 무려 31년 동안이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014년에는 아우 격인 <쫄비빔면>이 출시되었지만, 역시 형 만 한 아우가 없다는 것이 비빔면 마니아들의 지론이다.

리쌍 – 우리 지금 만나

San E & 레이나 – 한 여름밤의 꿀

Chuck Berry – You Never Can Tell



맛있으면 되지울긴 왜 울어 <신라면>

삼양라면이 휴전 이후부터 새마을 운동까지 우리 국민들을 먹여 살렸다면, 농심 <신라면>은 한강의 기적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라면 소비와 수출 1위를 담당하고 있는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1986년 출시된 이후로 한국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라면으로 손꼽히는 신라면은, 서로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할인하는 ‘라면전쟁’을 벌였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라면 수출국들을 대상으로 ‘신라면 지수’까지 발표하면서 자존심을 높이던 농심은 고품질 고영양을 표방하면서 <신라면 블랙>이라는 명품라인을 출시하지만, 기존 제품보다 2배나 비싼 가격과 광고에 비해 터무니없이 빈약한 내용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억 5천여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출시 4개월 만에 판매 중단되었다. 하지만 농심은 신라면 블랙을 <블랙신컵>으로 리뉴얼해서 일본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으로 제공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다시 봉지면의 판매를 재개하였다.

하와이 – 저 남자가 내꺼 였으면

Red Hot chilli Peppers – Give it away

Mark Ronson - Uptown Funk ft. Bruno Mars


드시면 반해요. <안성탕면>

1983년 출시된 <안성탕면>은 푹 고은 사골탕 맛이 나는 수프를 당시 안성공장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안성탕면으로 이름 지어졌다. 사나이도 울려버리는 매운맛의 신라면에 비해 덜 맵고 담백한 맛으로, 각 라면의 고유한 풍미에는 별 관심 없이 저렴한 제품을 찾는 일반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노 브레인 -  넌 내게 반했어 

Mew – Comforting Sounds

Jason Marz – Geek In The Pink


사나이라면오뚜기 <진라면>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청보식품을 오뚜기가 인수해서 생산하고 있는 <진라면>은, 한국 역사와 정치의 어두운 모습과 시대의 아픔을 안고 질곡 어린 세월을 거쳐 온 사연 많은 라면이다. 청보식품은 1985년 전두환 정권 시절 풍한방직의 자회사로 시작해서,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인수하고, 신생 식품업체가 군수품 납품업체로 지정되는 등 수많은  논란에 휩싸이다가, 1987년 6월 부도를 내고 파산했다.

<열라면>과 함께 청보식품에서 만들었던 라면 제품 중 현재까지 꾸준한 판매율을 보이고 있는 진라면은 매운맛과 순한 맛 두 종류가 있어서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아이들이나 어른이 먹기에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진라면의 원래 이름은 청보 <진곱배기면>이었다고 한다.

Taylor Swift – We are Never Getting Back Together

노찾사 – 광야에서

Bob Marley - No Woman No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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