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아빠를 닮은 것 같을 때가 있다

2021-02-10

by 조매영

닫힌 문을 본다. 열쇠가 두고 나왔다. 집 안에는 남자가 자고 있다. 닫힌 문을 본다. 두드리는 동시에 고함을 지를 남자가 오버랩된다. 골목을 서성인다. 영하의 날씨가 아니라도 추위는 겹겹이 쌓인다. 겹겹이 쌓인 추위는 발끝에서 머리 끝까지 차갑게 식힌다. 냉정해져서 이성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 화는커녕 춥다고만 생각한다. 열쇠를 가지고 나오지 않은 자신을 원망한다. 걷는다. 걷는다. 걸어서 다시 현관문 앞이다.




치과 치료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치과비가 많이 나왔다 하소연하기 위해서였다. 엄마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엄마는 열쇠가 없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춥다고 했다. 퇴근할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빠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집에서 자는 것 밖에 없다. 아빠를 왜 깨우지 않느냐 물었다. 화를 낼 것이라 했다. 납득이 되었다. 그는 화를 낼 것이다. 구석에 몰린 개처럼 이를 들어낸 채 짖어댈 것이다. 폭력으로 위엄을 흉내 내던 그는 위엄을 가진 적이 없다. 위협뿐이었다. 옹졸한 위협만 남은 것이다.


전화를 끊고 처음으로 아빠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두워지고 있었다. 사람이 어두워지지 않기 위해 온갖 조명은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지나가는 자동차도 사람도 기를 쓰고 나를 피하고 있었다. 좋았다. 패륜아는 피하는 법이지. 아니다. 내가 나를 피하고 있었다. 세상에 온갖 거울과 유리 속의 내가 내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아빠에겐 손가락질하지도 않았으면서.


휴대폰을 들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몽사몽인 목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어달라고만 말하고 끊었다.


언젠가 아빠를 따라 새벽 약수터를 간 적이 있었다. 플래시 하나를 들고 오른 산은 끔찍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끔찍한 것이라는 것을 그때 배웠다. 도대체 왜 나를 새벽 약수터로 끌고 간지도 알 수 없었다. 온갖 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자연의 소리를 배제하고 아빠의 발소리와 숨소리에만 집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장서 걸어가는 아빠의 속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감각이 아빠를 향해 있었고 아빠를 닮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때의 후유증인가 가끔 내가 아빠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집 앞에 물 웅덩이가 있다. 가로등 조명을 받아 물 웅덩이에는 내가 비쳐 있다. 아빠를 닮은 내가 있다. 물을 밟는다. 걷어찬다. 파문이 인다. 이제는 차라리 나를 죽이고 싶어 진다. 흩어졌던 물이 다시 뭉친다. 다시 내가 있다.

분노도 순수한 내 것이 아니라 아빠를 닮은 무엇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 웅덩이 속 나를 한참 밟고 서 있었다. 속이 타들어간다. 화가 꺼진다.

신발은 젖었지만 내 마음은 건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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