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뺨의 기억

2021-02-16

by 조매영

침대에서 떨어져 깼다. 뺨이 욱신거린다. 꿈속에서 얼마나 뺨을 세게 맞았길래 날아간 걸까. 어둠 속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널브러져 있는 생수를 하나 집어 병 째 마신다. 정신이 든다. 내 뒷덜미를 잡고 뺨을 때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애인은 아니었다. 애인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때릴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아빠인 걸까. 아니다. 아빠는 그렇게 절도 있게 때리지 않았다.


중학교 때 체육선생님이었다. 체육선생님은 지각을 하는 아이들 뒷덜미를 잡고 뺨을 때렸었다. 어기적거리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선생님 이름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언젠가 폭행으로 징계를 받고 선생님을 그만뒀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알 길이 없다. 그래도 사실이긴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뺨을 맞은 친구 중 한 명이 고막이 찢어지기도 했었으니까.


같은 반에 메이플 스토리를 한다고 등교 거부하는 친구가 있었다. 등굣길에 그 녀석 집이 있어 나는 매일 그 녀석 집에 들러 학교에 데리고 갔다. 그 선생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뺨을 맞은 것도 그 녀석 덕분이었다. 녀석이 학교 갈 준비를 하겠다며 창문으로 도망쳤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짜증을 나고 있었는데 지붕을 넘어 도망가고 있는 녀석을 봤을 때의 기막힘이란. 그 날 처음으로 지각했었다.


선생님은 참 이상한 데서 평등한 사람이었다. 등교 거부하는 친구를 데려오려다 지각했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지각은 지각이라고 왼손으로는 뒷덜미를 잡고 오른손으로 뺨을 때렸다. 억울했다. 뺨도 때려놓고 지각생들은 운동장도 10 바퀴 돌게 했다. 뺨을 만지며 그 둘을 번갈아가며 저주했었다. 왼발에는 선생님을 오른발에는 친구 놈을.


아침을 먹으며 뺨을 만지니 아무렇지도 않다. 화끈거리지도 욱신거리지도 않다. 그렇다고 화끈거리거나 욱신거린 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 고통을 그만 잊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제 괜찮다. 너무 괜찮아서 탈이다. 그렇다고 어릴 적 내가 괜찮은 것은 아니다. 아무도 위로하거나 보호해주지 않던 아니 아무도 봐주지 않던 나를 나까지 잊는다면 너무 억울해할 것 같다. 내게 마주하기란 위로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거기 진짜로 있었다는 것, 악몽이 아니라 진짜 있던 일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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