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상어처럼 이가 교체되면 좋겠다.

2021-02-18

by 조매영

치과에 들어서니 경찰이 있었다. 두 명의 경찰 사이에는 술에 취한 사람도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은 마스크를 내렸다 올리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220만 원을 들여 치료를 했는데 한 달 동안 진전이 없다고 했다. 어떤 치료를 했길래 220만 원이 든 걸까. 나는 내가 이 치과에 들인 돈을 잠시 생각해봤다. 나도 거진 그 정도 든 것 같다. 더 돈을 들여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도 분노했다. 물론 속으로만. 스탠드 코미디를 지켜보는 기분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는 대기실에서 치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제가 영업방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여러분. 그는 정말 쇼를 보여주려고 온 것 같다. 전 날에 자신이 방문해서 항의를 하겠다 전화까지 했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가 억울하다 하소연하는 것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양치질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치질을 못하면 이가 썩을 테고 그러면 치과 비용이 더 들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볼륨은 조금 줄여주면 좋겠다고 건의하고 싶었는데 관객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는 연이어 왜 실밥을 풀어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뭔가 이상했다. 치과에서 실밥을 풀 일이 뭐가 있던가.


의사가 나왔다. 임플란트 수술을 하셨는데 술을 드시면 어떻게 하냐고 나무랐다. 이식재가 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치과 의사가 아니라서 모르겠다며, 나는 정당하게 항의하러 온 것인데 왜 경찰을 부른 거냐고 따졌다. 부모님이 자신을 알아줬으면 자신도 의사가 되었을 거라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자신보다 많이 잘나셨지만 이건 아니냐고도 말했다.


휴대폰으로 임플란트 치료 기간을 검색했다. 그는 아직 치료를 받기 시작 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보통 3개월 정도가 치료기간이라는 검색 결과가 나왔다. 그는 선을 적절하게 지키는 게 묘미인 스탠드 코미디에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소파에 주저앉았다. 슬랩스틱을 하는 모양새로 미끄러졌다. 재밌지 않았다.


쇼를 보여주겠다는 것처럼 말하더니 소파에 반쯤 누워 경찰을 왜 부른 거냐고 중얼거리는 그에게 실망감이 들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쌓아둔 억울함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예술은 집중과 선택이지. 집중도 선택도 못한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당신의 억울함은 이 곳이 아니라 부모님에게 가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건 나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미운 점을 닮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라던데 맞는 말 같다.


치료를 받고 데스크에서 다음 예약을 잡으며 실장에게 물으니 전날에도 와서 저랬다고 한다. 전날에도 다 설명했는데 기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신 치과가 신뢰가 없긴 하다. 나도 작년에 크라운 치료받은 부위가 아직도 음식을 먹기 불편하다. 불편하다 말해도 조치도 제대로 안 해주는데 어떻게 하나. 저번에 인레이한 것도 깨져서 공짜로 다시 보수해준다길래 이번에만 다니는 거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내가 미련한 게 죄지.


이번에 치료받는 것이 끝나면 다른 치과를 알아볼 예정인 나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힘내시라고 말하며 치과를 나왔다. 돈이 문제다.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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