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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Feb 17. 2021

관상을 봤다.

 한참 동안 관상가와 나는 서로를 쳐다보기만 하고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나를 어떤 인상으로 보고 있을까. 관상가의 인상은 좋았다. 불현듯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관상을 볼 줄 모른다. 삶은 가장 가까운 데서 시작한다고 들었다. 그가 아침을 먹었는지 아침을 먹었다면 어떤 반찬으로 먹었는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서로를 관찰했다. 나는 그의 입술에서 미처 닦지 못한 고춧가루를 봤다. 아침으로 먹을만한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이 뭐가 있을까 추려봤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갑자기 관상가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들여다본 것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벌렁거리는 콧구멍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건강은 타고났으니 걱정은 없지만 자동차를 조심해야 할 상이라고 했다. 얼굴에서 그런 것도 읽히는구나. 나는 고춧가루 밖에 찾지 못했는데 신기했다. 어떤 차종을 특히 조심해야 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뒤에서 친구가 등을 찔러 그러지 못했다. 복채로 오천 원을 내며 일어났다. 친구에게 너도 관상을 보겠냐고 물었다. 친구는 웃음 참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친구를 나무랐다. 배웅해주겠다며 따라나서 놓고는 이게 배웅이냐고 뭐라 했다. 자기가 들어가자고 해놓고는 쏙 빠지다니. 우리는 아옹다옹하며 병원으로 마저 향했다. 나는 내게 위험한 자동차는 너라고 말했다. 친구는 큰 소리를 웃으며 건강하셔서 좋겠다고 놀렸다. 3차 항암을 위해 입원하러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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