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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an 28. 2021

휴가 복귀는 언제나 힘들어



 첫 항암이 끝나고 퇴원 한 나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 다음 항암 전까지는 군 병원에서 요양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백혈병으로 인해 의병제대롤 앞두고 있었지만 당장은 군인 신분이었다. 같은 병동에 계시던 해군 원사님은 국군 수도병원을 추천하셨지만 나는 한사코 국군 양주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국군 수도병원에는 혈액종양 병동이 있어 급한 상황일 때 조치가 가능했겠지만 간부, 병사할 것 없이 같이 있어야 했다. 민간 병원이야 간부, 병사 상관없다지만 군 병원에선 그럴 수 있나. 알게 모르게 군기를 잡고 있어야 할 것이 부담되었다. 국군 양주병원에는 중환자가 별로 없으니 일 인실을 쓸 수 있겠다는 계산이었다.      


 군 병원에는 혼자 가겠다고 말했다. 퇴원 후 바로 식사를 하려고 들어온 라멘 집에서였다. 엄마는 라멘을 먹다 말고 나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왜 혼자 가려고     
 
 그냥     

 

 입대 날 306 보충대도 혼자 갔었다. 새삼스럽게 엄마가 군 병원에 같이 가려는 게 이상했다.


 엄마는 아무 말이 없이 라멘을 마저 먹었다. 나도 라멘을 마저 먹었다. 라멘은 맛이 없었다. 국물은 밍밍했고 면은 우리 대화처럼 매가리가 없었다. 병원비가 얼마나 나왔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목숨 값이 비싸면 죽고 싶어 질 것 같았다.     


 라멘을 다 먹었는데도 괜히 허했다. 맛이 없어서 마음이 허한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 눈이 조금 충혈된 것 같았다. 죽은 것도 아닌데 죽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군대에서 응급실로 후송될 때도 엄마는 울었다. 누군가 백혈병을 지랄 맞은 병이라 그랬다고 엄마는 지랄 맞은 병이란 말을 되뇌며 울었다. 그때 나는 엄마에게 내가 죽었냐고 다그쳤지. 앞으로 울음을 참는 엄마를 다그치지 않아야겠다.     


 엄마를 먼저 보내고 대학로를 배회했다. 분주한 일상들 사이에서 여유로웠다. 아! 민간의 향기. 군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 탈영이 되는 걸까. 백혈병 환자도 영창에 보낼까. 따위를 생각하며 걸었다. 금방 지쳐 지하철을 탔다. 분명 요양하러 가는 것인데 발걸음이 무거웠다. 휴가 복귀하는 기분이 들었다. 휴가 나와 놀지도 못하고 잠만 자다 긴 꿈을 꾸고 복귀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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