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내가 다낭 여행 중에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2019-11

by 조매영

먼저 입국 심사를 마치고 엄마를 기다린다. 입국심사관은 내게도 무심했지만 엄마에게도 무심하다. 여권에 도장을 찍는 것뿐인데 엄마가 걱정된다. 나는 엄마와 입국심사관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나는 베트남어도 모르고 영어도 모른다.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입국심사관의 무표정이 괜히 불안하다. 나는 무표정이 싫다. 타인의 무표정은 내 부정적인 감정을 투영한다. 눈을 질끈 감는다.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있는 사이에 엄마는 여권을 돌려받았다. 들뜬 표정으로 입국심사관에게 인사를 한다. 땡큐! 바이 바이! 입국심사관이 미소 지으며 가볍게 환영을 해준다. 웰컴 투 베트남.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나보다 더 소심했다. 엄마의 저 당당함은 시간이 만들어준 것일까. 엄마의 당당함이 부끄럽다가 슬퍼진다.


캐리어를 기다리며 한국에서 사놓은 유심을 낀다. 가끔 불량이 있다는 글을 봐서 조마조마하다. 인터넷이 문제없이 잡힌다. 여유롭게 엄마를 한 번 본다. 엄마는 베트남어 알림판이 적혀 있는 공항이 마냥 신기하다. 캐리어가 챙기고, 미리 카드를 연동해놓은 그랩을 켜서 택시를 부른다. 바로 한 시장에 갈 것이다. 옷부터 살 생각으로 한국에서 짐을 쌀 때 옷을 많이 싸지 말라고 했다. 공항을 나오니 환전소 남자가 호객을 한다. 부담스럽다. 환전은 저번에 애인과 갔던 한 시장 앞 금은방에서 할 예정이다. 그곳은 호객하지 않는다. 가끔 단속이 나와 벌금이 물린다고 하는데 은행에서 환전하는 법을 검색해본다. 복잡하다. 포기.


한 시장에 내리자 엄마는 탄성을 내뱉는다. 어떤 포인트에서 저러는 걸까. 알 수가 없다. 나는 혹시나 엄마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만 가득하다. 엄마 손을 잡는다. 거칠고 건조하다. 핸드크림을 안 발랐냐고 타박한다. 엄마는 마냥 웃고 만다. 신나서 웃는 건지 무안해서 웃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한 시장에 들어가려다 환전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금은방으로 간다. 금은방 앞에만 서 있었을 뿐인데 계산기로 환전 시세를 알려준다. 환전을 하면서도 엄마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엄마 손에서 근질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놓기만 하면 어디로든 튈 것 같다. 어릴 적에 내 손을 잡고 있던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한 시장에 들어서자 건어물과 말린 과일의 냄새가 앞다투어 밀려온다. 견디기 힘들다. 엄마를 본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혹시나 구경하자 할까 봐 겁 난다. 옷을 파는 2층으로 한달음에 올랐다. 애인과 갔던 정가제 옷가게로 바로 갔다. 엄마는 꿈에도 모르겠지. 이 곳은 내가 서치 한 곳이 아니라 한 달 전에 애인과 왔던 곳이라는 것을. 엄마는 앞으로 베트남 여행과 함께 할 원피스를 서너 개 고르고 나는 코끼리 바지와 셔츠를 두 개씩 골랐다. 계산을 하는데 조금 눈치가 보인다. 성공하는 장사꾼의 능력 중 제일은 기억력이라던데 혹시나 주인이 나를 알아볼까 봐 겁이 난다. 한 시장에 한국인이 하루에 몇 천명이 오갈까. 역시 아무 문제없다. 괜한 걱정이었다.


여행기간은 9박 10일. 첫 5일은 호이안에서 묵기로 했다. 다낭에서 점심을 먹고 롯데마트에서 장을 본 다음 호이안으로 넘어가기로 한다. 애인과 먹고 싶었지만 경황이 없어서 가지 못한 쌀 국숫집으로 향한다. 핑크 성당을 지나며 엄마에게 저곳이 유명한 명소라고 말하니 코웃음 친다. 보러 갈까 물어보니 싫다 한다. 한국에 없다고 무조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구나. 알다가도 모르겠다.


포박 하이. 할머니 쌀국수로 유명한 집. 도착하니 하늘로 된 메뉴판을 줬다. 블로그에서 메뉴를 다 봐 뒀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메뉴 중 제일 비싼 것으로 두 개를 시키고 사람들이 극찬하던 옥수수 우유도 시켰다. 옥수수 우유는 당연하지만 옥수수 맛이 났다. 그런데 우유에 옥수수 맛이 나니 웃겼다. 하나를 엄마와 나눠 먹으며 웃었다. 쌀국수가 나왔다. 옆 테이블엔 고수가 들어 있는 바구니를 주더니 우리에겐 주지 않는다. 고수를 왜 주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난감했다. 어떻게 손짓 발짓으로 고수를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먹기로 한다. 국물은 한 입 뜨자 놀랍다. 소고기의 중후한 무게감이 바로 느껴지는 맛이다. 맛있다. 숙주를 넣고 신나게 먹고 있는데 엄마는 뭔가 아쉬운 눈치다. 옆 테이블을 고수가 들어있던 바구니를 자꾸 본다. 나는 고수가 없어도 상관이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음식을 나르는 사장님에게 고수 바구니를 가리켰다. 사장님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수를 가져다주었다. 엄마는 고수를 쌀국수에 듬뿍 넣더니 세상에서 제일 만족한 표정으로 먹기 시작한다. 나는 금세 그릇을 비우고 쌀국수를 음미하는 엄마를 본다. 여행 와서 첫 식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성공적인 것 같다. 앞으로 일정 중에서 엄마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이 있으면 내가 먼저 용기를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포박하이.PNG 내 입에 잘 맞았다. 호이안으로 넘어가는 일정만 아니었으면 매일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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