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숙소는 저번에 애인과 갔던 신세리티 호텔이다. 관광지보다 조금 외곽에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조식이 맛있어 좋았다. 결정적으로 안방 비치와 올드타운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있는 것도 좋았다. 호이안에 있는 동안 모두 같은 호텔에서 보낼 것이다. 다낭도 하나의 호텔만 예약해두었다. 모두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두었다. 짐을 들고 여러 숙소를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의 묘미겠지만 그건 혼자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 엄마와 여러 번 숙소를 옮길 생각을 하니 가만히 있어도 피곤해져 그럴 수 없었다.
호이안에 가기 전 우리는 롯데마트로 향했다. 라면과 맥주 그리고 가벼운 주전부리를 샀다. 엄마는 물건들이 한국돈으로 얼마인지 내게 물어보느라 바빴다. 정육코너와 수산코너 주변은 왜 배회하는 걸까. 조리할 곳이 없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호텔 근처 스파에 부탁한 픽업 차량이 곧 도착할 텐데 내 마음도 모르고 여유로운 엄마가 미웠다.
픽업 차량을 겨우 탔다. 나는 삐져서 차에 타 있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창문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오토바이가 많네. 건물 색이 신기한 색이다. 길거리에 파는 음식들은 뭘까. 진짜 베트남에 온 것 같다.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끝없이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나도 조용히 창문 밖을 봤다. 오토바이가 많았고 건물 색은 조금 촌스러운 파스텔톤의 색이었다. 길거리에 파는 음식들을 이번 여행 때는 한 번 사 먹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위생이 마음에 걸렸다. 자꾸 엄마가 말한 것들만 보게 되어 눈을 감았다. 엄마도 내가 눈을 감은 것을 봤는지 더 이상 혼잣말을 하지 않았다.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을 하는 동안 엄마는 얌전히 내 뒤에 있었다. 직원을 마주하는 동안 나는 긴장했다. 한 달 전에 왔던 곳이라 직원이 나를 알아볼까 걱정되었다. 다행히 알아보지 못했다. 체크인이 끝나고 저번에 왔을 때에는 주지 않았던 쿠폰도 받았다. 직원이 친절히 설명해줬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사진을 찍어 여행자 카페에 질문 게시판에 올렸다. 무료 음식 쿠폰이며 우리가 장기 투숙을 해서 받은 것이라 했다. 짐을 풀고 나는 호텔 식당에 가서 음식을 부탁했다. 쿠폰을 보여주기만 했다. 방에 돌아와 나는 엄마를 위해 음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막상 음식이 오니 먹을 곳이 마땅히 없었다. 우리는 바닥에 음식을 깔았다. 쌀국수 국물이 포박 하이보다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월남쌈에는 파인애플이 없어 아쉬웠다. 용과와 구아바가 들어가 있는 요거트가 좋았다. 새콤한 맛이 없었지만 안에 들어가 있는 과일들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단맛을 품고 있어 취향에 맞았다.
우리는 씻고 각자의 침대에 누웠다. 엄마에게 갑상선 약을 챙겨 왔냐고 물었다. 당연히 챙겼다고 했다. 표정이 웃겼다. 챙긴 자신이 장하다는 표정이다. 요양 병원은 좋았냐고 물었다. 좋았다고 했다. 엄마는 갑상선 방사선 치료를 요양병원과 대학병원을 오가며 했다. 엄마가 갑상선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갑상선 암에 대해 한참 검색했었다. 요양병원은 갑상선 암 치료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길래 내가 억지로 보냈었다. 엄마 성격에 집에서는 식이요법이 불가능했을 테니까.
오늘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답이 없다. 옆을 보니 엄마는 잠이 들어 있었다. 내가 백혈병 걸렸을 때 말고 이렇게 둘이 있는 시간이 처음인 것 같은데 엄마는 참 눈치가 없다. 내일은 제발 화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여행의 이름을 다짐하는 여행이라 붙일까. 순간 고민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