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내가 한 것을 고양이라고 못할쏘냐

2021-03-01

by 조매영

본가에 도착하니 둘째가 고양이를 붙잡고 억지로 밥을 먹이고 있었다. 고양이는 싫은 소리를 냈지만 동생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입을 벌린 채 습식 사료를 집어넣는 모습이 흡사 고문 같아 보인다. 동생에게 그렇게 까지 해야 하냐고 물었다. 항암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곡기를 끊었다고 한다. 나는 가방도 벗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 앉아 고양이와 동생을 번갈아 봤다. 사료의 반은 흘리는 것 같다.


항암제를 맞으면 정말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어느 날은 냄새만 맡아도 죽을 것 같았다. 하악질도 못하고 낑낑거린 채 음식을 삼키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고통스러워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은 고양이가 죽고 싶은지 살고 싶은지 알 수 없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던가.


밥을 다 먹이니 고양이는 느린 걸음으로 동생에게서 떨어진다. 그렇다고 멀리 가진 않는다. 두세 걸음이면 닿는 거리에서 자리를 잡고 동생을 본다. 눈에는 원망도 화도 없다. 조금은 미운 마음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사랑이 더 커 보인다. 이런 아이를 나는 차라리 포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다니. 내가 싫어져 눈물이 났다.


고양이는 저번에 봤을 때보다 분명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벌써 동생은 모아둔 돈을 다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치료를 포기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나는 응원이랍시고 우리 집안이 암에는 잘 걸리지만 약은 잘 든다고 농을 던진다.


동생은 대답도 없이 다시 고양이를 잡는다. 바셀린 듬뿍 바른 면봉으로 고양이의 변을 꺼내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동생 겨드랑이에 얼굴을 파묻고 괴로워했다. 약 때문인지 변비가 너무 심하다고 이렇게라도 해주지 않으면 변을 못 눈다고 한다.


고양이는 발톱도 세우지 않고 도망갈 생각도 않는다. 괴로운 소리만 낸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그 소리를 듣는다. 동생이 다 되었다며 놓아주니 바로 화장실에 간다. 조금 심통이 나긴 했는지 화장실 바깥으로 모래를 힘껏 찼다. 화장실에서 나오고는 또 두세 걸음 거리에 자리를 잡는다. 가만히 동생과 나를 번갈아 보며 눈키스를 하는 것이 귀엽다. 고양이에겐 고통이 사랑보다 뒤에 있는 것 같다.


나는 그제야 가방을 벗고 고양이의 푸석해진 등을 쓰다듬는다. 살기 참 어렵지 않냐. 고양이는 뭔 말인지도 모르면서 야옹야옹거린다. 가만히 고양이 얼굴을 본다. 가소롭다는 표정이다. 너도 한 거 내가 못하겠냐. 그런 표정이다. 싸가지없는 녀석.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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