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검색으로 나오지 않는 죽음도 있다

2021-03-02

by 조매영

언젠가 우연히 길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만났던 적이 있다. 제대로 기억도 못하셨지만 언제 놀러 오라고 술 한잔 사주겠다고 하셨었다. 스승의 날이 한참 남았는데 나는 왜 갑자기 선생님이 생각난 걸까.


사립 고등학교라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선생님이 계시지 않을 일은 없었다. 그래도 사람 일이라는 게 몰라 학교 홈페이지 교직원 명단을 검색했다. 어디에도 선생님 성함은 없었다. 세상이 선생님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기분이었다.


학교에 전화를 해볼까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학교에 전화를 했었다. 헌혈증을 도움받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받으셨었는데 뭘 바라냐고 말하며 전화를 그냥 끊으셨던 기억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 검색을 하다 교사 모임 카페를 발견했다. 글들을 한참 그곳에서 짧게 선생님의 부고에 기도드린다는 문장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떤 죽음이었길래 이렇게 찾기 힘들었을까. 부고가 확실해지자 나는 카페에 남아 있는 선생님들 연락처에 문자를 드렸다. 민폐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선생님 아들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었다. 납골당 주소를 받으면서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아직 선생님 납골당에는 다녀오지 못했다. 맥주를 사 가지고 가야겠다. 수학여행 때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술을 가져오지 않으면 압수한 술을 조금 나눠주겠다고 하셨었지. 진짜로 아무도 가져오지 않아 우리는 선생님께 맥주를 한잔씩 받아 마실 수 있었다.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단단하다고 느낀 몇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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