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매일이 입학식

2021-03-03

by 조매영

주말에 사둔 방울토마토를 먹으려고 보니 곰팡이가 피어 있다. 누구는 상온에 보관하는 게 맞다고 하고 누구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맞다고 하고 뭐가 정답인지 알 수가 없다. 왜 우리 집에 있는 채소들은 다른 집에 있는 채소들보다 빨리 곰팡이가 피고 썩는 것 같지. 내가 요즘 피곤한 이유도 우리 집에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건강하려고 먹으려는 건데.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낸다. 골라내는 일해서 건강해지려는 것 같다.


어제 퇴근길에 교복 입은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입학식이 끝났을까. 어제는 아니었던 것 같긴 하다. 아무도 꽃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나는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입학식도 졸업식도 혼자 갔었다. 나는 입학식이나 졸업식보다 입학식이나 졸업식이 끝난 직후가 너무 싫었다. 누구나 기념할 날이지만 누구나 기념할 수 있는 날은 아니지. 누군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할까 봐 항상 행사가 끝나면 도망치듯 나왔다.


정바른 입학식.jpg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교 관련 행사에서 사진은 찍은 날. 그날도 아빠한테 좋지 않은 소리를 들어 우울했다.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는 루틴은 내게 맞지 않는 것 같다. 머리가 텅 빈 느낌이다. 방금 썩은 방울토마토를 하나 씹었다. 싱크대로 뛰어가 다 토해냈다. 물로 몇 번이나 가글을 했는데도 입 안이 찝찝하다. 글을 쓰고 난 후에 내 감정 같기도 하다.


매일이 입학식인 기분이다. 글을 쓰는 것이 좋지만 글을 쓰고 나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만 남는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이를 닦으러 가야겠다. 이를 닦으면 교문 밖으로 슬며시 빠져나가듯 아침 일기에서 도망가야겠다. 출근해야겠다. 즐거운 입학식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

가족에 대해 쓰지만 가족이 없는 기분이다. 얼굴 없는 가족과 함께하는 입학식이 좋을 수는 없겠지. 조금 더 마주해야겠지. 마음을 단정 짓지 말아야겠다. 그러면 정말 졸업하는 기분으로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은 조금 즐거운 입학식이 되면 좋겠다. 첫걸음으로 괜찮은 방울토마토와 늦잠을 선물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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