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올드타운에 갔다. 올드 타운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무작정 걸었다. 여행 계획이 그랬다. 엄마는 이국적인 건물보다 큰 나무와 거기에 매달려 있는 도마뱀을 더 신기해했다. 나는 장례를 치르는 모습에 눈이 갔다. 우리는 손을 꼭 잡은 채로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하며 걸었다.
걷다 보니 시장이었다. 엄마는 기념품이라던가 그릇을 보며 걸었고 나는 생선 과일 채소를 보며 걸었다. 우리는 때때로 멈췄다. 엄마가 특이한 그릇을 발견하거나 괴상한 기념품을 발견하면 멈춰 서서 그것에 대해 토론을 했고 괴상한 모양의 생선이나 과일을 보면 그것의 맛에 대해 함께 추측했다. 그런 우리에게 상점 주인들은 시큰둥했다. 그들은 많은 현지인과 관광객을 겪으며 물건을 살 사람과 사지 않을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을 터득한 것 같았다. 우리는 우리에게 먼저 친절한 사람에게 무언가를 사기로 이야기했다. 텔레비전에서 한참 맛있다고 난리였던 석가와 망고를 조금 샀다.
시장 구경을 하고 우리는 투본강을 따라 걸었다. 익사한 쥐를 봤다. 물에 불어 작은 개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러운 물에 떠 있는 소원 배를 봤다. 배 주인들은 눈만 마주치면 호객을 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국말로 우린 밥을 먹으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소원 배를 타려는 사람은 없었다. 날이 밝았으므로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많이 본 것이다. 밤이 되면 투본강은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띄운 양초로 가득하겠지. 촛불만 보며 자신의 소원만 생각하겠지. 오고 가던 사람도 배에 탄 사람도 촛불이 아름다운 일렁이는 것만 기억하겠지. 소원이란 그렇게 맹목적이게 빌어야만 이루어지는 것일까. 죽은 쥐의 존재 따위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겠지. 엄마와 나는 노란 건물들 사이로 자리를 피했다.
사람들 사이로 씨클로가 가로질러 간다. 엄마를 보니 부러운 눈치다. 엄마에게 저 자전거를 타고 싶냐고 물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엄마 손을 잡고 씨클로의 동선을 따라 걸었다. 씨클로가 모여 있는 곳까지 가서 나는 기사 중 한 명에게 흥정을 했다. 20만 동(한화로 약 1만 원)에 탔다. 타는 동안 부끄러웠다. 커플을 좌우로 가르고 가족을 좌우로 가르며 올드타운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탔던 곳에 돌아오니 엄마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나를 태운 기사가 당연하게 팁을 요구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팁을 줄 생각이었는데 강압적인 태도가 당황스러웠다. 엄마를 봤다. 엄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기분은 나만 나쁘면 될 것 같아 그냥 각각 5만 동씩 팁을 쥐어주었다. 엄마에게 물었다. 괜찮았냐고. 엄마는 재밌었다고 했다. 그럼 됐다고 말했다. 엄마는 뭐가 됐냐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 않으니 배가 고파졌다. 양이 많고 맛있기로 유명한 베일웰에 갔다.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아도 세트 메뉴가 나왔다. 종업원이 먹는 법을 설명해줬다. 월남쌈처럼 모양을 만들 필요가 없어 좋았다. 종업원이 떠나고 우리는 경쟁하듯 먹었다. 나는 쌈을 씹으며 씨클로 기사를 생각했다. 그 태도가 아무 생각해도 너무 기분 나빴다.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오기 전에 계속 쌈을 싸서 입에 넣었다. 내가 빠르게 먹으니 엄마도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았다. 우리는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보다 훨씬 일찍 다 먹고 일어났다.
급하게 먹고 나니 몸에 열이 올랐다. 덥고 습한 날씨라 빙수가 먹고 싶어 졌다. 한국인이 하는 빙수집이 근처에 있긴 했지만 기왕이면 현지식 빙수가 먹고 싶었다. 지도 앱을 켜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반 정도 도착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맑았다. 일기예보에도 비가 온다는 말은 없었다. 우기에 일기예보는 반은 믿지 말라고 했는데 사실이었다. 그랩을 부르기도 애매하고 우리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노인이 달려와 우비를 사라고 했다. 이미 젖은 거 우리는 괜한 돈을 쓰지 않기로 했다. 로컬 카페에 도착해서 나는 손가락질로 코코넛 빙수를 주문했다. 생소한 맛이었지만 꿉꿉한 상태여서 그런지 맛이 좋았다. 우리는 쏟아지는 비를 보며 숙소로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비가 그치면 숙소가 아니라 야시장에 가기로 했다.
야시장을 향하는 길은 마사지 호객 천지였다. 우리는 그것을 헤치고 가느라 지칠 수밖에 없었다. 무시하는 것도 일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지친 채로 도착한 야시장은 특별할 것은 없었다. 문어와 오이가 맛있었다. 월남쌈은 파인애플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철판 아이스크림은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유명한 여행지는 특색보다 평균적인 맛을 지향하게 되는 것 같다. 몇 가지를 먹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야시장을 또 가겠냐고 물으니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짜글이를 배달시켰다. 바닥에 앉아 짜글이에 밥을 먹었다. 여행에 와서 한국 음식을 찾는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외국에서 고리타분함을 느낄 때 자국의 음식을 찾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베트남 음식을 먹자고 하는 것을 보니 설득력 있어 보였다. 매운 음식을 먹으니 한국에서 다시 출국해 여행을 시작하는 것 같아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