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니까 응원하고 응원받는다.
2021-03-10
며칠 전부터 입이 쓰다. 피곤해서 그런 것 같아 잠을 늘렸다. 아침 일기를 쓰는 지금은 별로 쓰지 않은 것을 보니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늘어난 잠만큼 마음이 조금 느슨해지는 것을 느낀다. 틈만 주면 풀어지고 싶어서 안달 난 것 같다.
생일날 담당의였던 의사 형에게 생일 축하 카톡이 왔었다. 병원에 있었을 때 레지던트였던 의사 형은 올해에 교수가 된다고 한다. 일 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는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 경력이 쌓이고 위치가 바뀌니 형은 많이 힘든 것 같았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큰데 그만큼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위로랍시고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은 내가 잘 모르니까 그렇게 말해줄 수 있는 것 같다고 그래도 고맙다고 했다.
위로나 응원은 원래 뭣도 모르는 사람한테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슬럼프인 상태에서 같은 분야를 걷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나 응원을 받으면 비아냥으로 들리기 십상이었다. 대학에서 나는 시를 쓸 때마다 시를 보여달라는 시 쓰는 친구들에게서 도망치기 바빴었다.
형에게 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형은 맞는 말만 한다며 웃었다. 응원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가끔 내 응원이 생각나게 될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악의 없는 응원을 받는 일이란 흔하지 않으니까. 그런 응원이 가끔 생각나기 마련이니까. 그런 응원으로 한 걸음이라도 걸을 수 있으니까. 내가 그러고 있으니까.
친구가 내 에세이를 보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줬다. 시를 잘 쓰는 친구다. 만약 시에 대해 그렇게 말했으면 나는 또 비아냥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시에 대해 아집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에세이에 대한 응원은 시와 다르게 너무 기뻤다. 잠을 늘린 기념으로 아집도 느슨하게 풀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꼭 응원하는 사람이 모르지 않아도 좋다. 응원을 받는 사람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느슨해지려는 내가 친구의 응원으로 한 걸음을 걷는다. 한 걸음을 걸으니 컴퓨터 앞이다. 앉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