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좀비 일기

by 조매영

우리 동네 이름이 원래는 고택골이라는 것을 어제 알았다. 골로 간다의 어원 중 하나라고 한다. 공동묘지 터였다고도 한다.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경사가 심상치 않더라니, 삶도 지형도 고달프면 다 이유가 있구나.


골로 간다는 말은 죽다 혹은 초주검이 되다의 속어다. 골에서 나간다는 말은 그렇다면 산다 혹은 건강해진다의 속어가 될 수 있을까. 그러기 힘들 것이다. 아침마다 골에서 나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모두들 좀비 같은 모양새였다.


어제저녁에는 투병 글을 엮었다. 글을 엮으면서 차라리 집 청소를 하고 싶어 졌다. 나는 왜 이렇게 정리를 못하는 걸까. 낫을 들고 벌초를 하는 것 같았다. 막막하고 슬픈 기분이었다.


조만간에 유년의 이야기도 엮어 놓을 생각이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은 좋은 일이었지만 주의가 필요한 것 같다. 내 안에 옹달샘은 많이 말랐다. 어제 느꼈는데 글을 엮는다는 것이 기우제를 지내는 것 같다. 여태 쓴 글을 받고 새로운 글을 보내달라는.

언제부턴가 무당집인 아랫집은 북뿐만 아니라 꽹과리도 치기 시작했다. 크게 싫지 않다. 내가 진짜 좀비이긴 좀비인가 보다. 그런데 좀비는 서양 귀신 아닌가? 지구촌 시대니까 상관없겠지.


좀비는 식탐만 남는다던데 나는 엘리트 좀비 같다. 식탐뿐만 아니라 글탐도 남았으니.


https://brunch.co.kr/brunchbook/leuke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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