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자신에게 외면당하는 법

by 조매영

코로나가 끝이 날 생각을 않는다. 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면 어린 날의 내가 떠오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폴로 눈병이 유행했다. 친구들은 학교를 가지 않기 위해 아폴로 눈병에 걸리려 온갖 노력을 다 했다. 아폴로 눈병에 걸린 친구 눈에 손을 가져다 댄 다음 자신의 눈에 가져다 댄다거나, 눈곱을 공유하기도 했다.


나도 뒤늦게 굶주린 동물처럼 아폴로 눈병에 걸린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이미 친구들은 모두 집에 감금된 상태여서 나오질 못했다. 혹시나 도망 나온 친구가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놀이터에서 기다려봐도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하굣길에 안과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었다. 안대를 쓰고 병원에 들어가는 사람이 만진 손잡이에 눈을 비벼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은 병원 건물 경비 아저씨에게 눈을 비비는 모습을 걸려 혼났던 적도 있었다. 눈병이 걸리지 않는 것도 슬픈데 경비 아저씨에게 혼나기까지 해 서러워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했었다. 뭘 잘했다고 우냐는 말에 할 말이 없어 더 울었다.


병에 걸리는 것을 포기하려던 날 안대를 쓴 동네 동생을 만났다. 나는 좀비처럼 동생의 눈에 손을 뻗었다. 동생을 뒷걸음질 치더니 도망쳤다. 한참을 술래잡기를 하다 겨우 잡았다. 잡힌 동생은 자신은 눈병이 아니라고 소리쳤다. 나는 안대는 뭐냐고 했다. 자기도 아폴로 눈병에 안 걸려서 눈에 모래를 뿌린 거라고 했다.


모래를 한 움큼 쥐고 망설였다. 옆에서 동생은 악마같이 웃으며 자기가 대신해줄까라고 물었다. 걔가 하면 눈이 멀 것 같았다. 눈을 감고 모래를 눈에 뿌렸다. 동생은 눈을 감았다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큰 소리로 훈수를 뒀다. 나도 알아 이 새끼야. 동생에게 욕을 한 번 하고 왼손으로 눈을 벌렸다. 모래를 넣었다.


죽는 줄 알았다. 학교를 가지 않게 되었지만 며칠을 눈이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동네 동생을 다시 만나면 패 버려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동네 동생을 만나지 못했다. 재개발 지역이라 우리는 모두 이사를 앞두고 있었다.


충혈이 가라앉을 즈음 안과에서 아폴로 눈병까지 걸렸다. 학교를 한 달 가까이 쉬었다. 집에서 한 달 동안 맞았다. 어차피 집에 있으면 맞기 밖에 안 하는데 학교를 왜 그렇게 가기 싫어했던 걸까. 그냥 남들이 학교를 가지 않다고 좋아해서 같이 안 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남들처럼 살고 싶었던 것 같다.


아폴로 눈병이 끝나고 거울을 보니 모래를 넣었던 눈의 초점이 이상했다. 사시가 되었다. 사시 수술이 있는지도 몰랐다. 군대에서 그런 수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술하기 전까지 사시로 살아야 했다.


대화를 할 때면 사람들은 자신을 보고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가만히 거울을 보면 옆으로 돌아가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눈동자는 모래를 눈에 넣던 날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철없는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마스크를 내린 채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는 사람을 본다. 당장 즐겁자고 자신에게조차 외면받는 길로 걸어가는 사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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