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아랫집이 무당집이라 굿이 알람 소리처럼 들린다.

by 조매영

일요일에는 어김없이 아랫집에서 북소리가 들린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가 멈췄다. 평소와 소리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귀신이 왔길래 박자가 이렇게 격한 걸까. 눈을 감고 소리를 음미한다. 알람 소리 같다. 귀신도 잠을 잘까. 자다 깨서 헐레벌떡 뛰어 오는 귀신을 상상한다. 요즘 경기가 불황이라 귀신도 밥 한 번이 귀하지 않을까.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몇 년 전에 토요일이면 교회에서 노인들에게 선착순으로 돈을 줬었다. 한 푼이 아쉬운 노인들은 뛰었다. 무단횡단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사고도 많았다. 뉴스도 나오고 그랬다. 귀신이 귀신을 밀치고 귀신이 귀신에게 욕지거리를 하고 귀신이 귀신보다 빨리 가려고 무단 횡단하며 달려온다. 나는 안전봉이 된 기분으로 몸을 좌로 굴리고 우로 굴린다. 나 뚫고 지나가지 마세요.


게으름 피우다 양도받은 사무실이 생각났다. 일요일에 치우지 않으면 치울 시간이 없었다. 나갈 준비를 했다. 나갈 준비가 끝나자 밑에도 굿이 끝났는지 조용했다.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아랫집 문 앞에 그릇에 숟가락이 여러 개 꽂혀 있는 것을 봤다. 막걸리가 담긴 종이컵이 그릇을 둘러싸고 있었다. 숟가락 숫자를 보니 진짜 여럿이 왔구나 싶었다.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생각해 보니 밥 먹는 중에 모르는 사람이 사진을 찍으면 불쾌할 것 같다.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려가는 길에 사진을 지웠다.

양도받은 사무실을 치우고 집에 돌아오니 밥도 막걸리도 온데간데없다. 급식시간처럼 귀신도 밥 먹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걸까. 닳는 것도 아닌데 발이 느린 귀신도 먹을 수 있게 조금 더 두지. 학창 시절에 나는 항상 달리기를 꼴찌 했다. 멀어지는 친구들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는 일은 참 서글펐다. 살아도 죽어도 느리면 서글프구나. 지각한 귀신이 아쉬운 표정으로 집 주변을 서성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사람도 소외되는데 귀신이라고 다를까. 뉴스에서 봤던 많은 약자들이 생각났다. 살아서 약자인 사람은 죽어서도 약자일 거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졌다. 죽음이 끝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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