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내게 왜 상처를 후벼 파냐고 물었다.

by 조매영


어제 오후에 쓴 글, 아직까지 후유증이 있다. 아빠 이야기를 쓸 때와는 마음속 결이 달랐다.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일은 죽은 세포를 썩기 전에 긁어내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학교폭력에 관한 글을 쓸 때는 이렇게 마음이 아린 것을 보니 그쪽 세포는 죽지 않은 것 같구나. 내게 글은 치유는 아니다. 내게 글을 쓰는 일이란 거울로 볼 수 없는 나를 마주하는 일이고 자꾸 숨으려는 나를 숨지 못하게 전시하는 일이다. 어제 글을 쓰고 조금 후회했다. 아직 살아있는 세포를 너무 빨리 긁어내려고 한 것은 아닐까. 조금 더 담담해질 때까지 묻혀둬야 하지 않았을까.


일어나자마자 에너지 음료부터 마신다. 모닝커피 대신이다. 물부터 마시는 것이 좋다던데 자꾸만 까먹는다. 요즘 부쩍 까먹는 일들이 많다. 무언가를 읽다가 글로 쓰면 좋겠다 싶어 메모지나 휴대폰을 꺼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매번 술래인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다.


잊은 것을 잊은 채 두는 것이 제일 어렵다. 천생 술래다. 잊은 것을 찾고 나면 시원하다. 그것이 고통이라던가 행복이란 것은 그다음 문제다.


최근에 대학 동기 누나에게 글을 보여줬는데 너는 자기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는구나.라는 소리를 들었다. 잘 모르겠다. 나는 누구보다 내가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노출되는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내게 노출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책에서 나온 것처럼 몸에 붙은 귀신을 다른 곳에 옮기는 일과 같다고 할까. 거기에서 노출을 생각할 겨를은 없다. 저항과 밀어냄만 있을 뿐이다. 나는 내게 잠식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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