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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Apr 21. 2021

암환자들도 오프라인 모임을 합니다.

 시간이 되자 약속 장소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서로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약속된 사람이 다 모이자 우리는 맛은 덜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으러 갔다.


 맛있는 음식은 자동적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해결해준다고 하지만 건강한 음식은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닉네임과 자신이 앓았던, 앓고 있는 병명을 이야기했다. 괴상한 닉네임을 쓰던 사람이 자기소개를 할 때면 일부러 큰 소리로 웃었다. 병명이 묻히도록. 병명은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음식을 먹으며 우리는 그간 커뮤니티에서 있었던 자극적인 이야기를 했다. 싱거운 음식에 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고로 자극적인 이야기는 건강한 사람이 환자인 척하며 활동하던 것이 발각된 이야기였다. 자신이 대장암 4기라 소개한 사람이었다. 여러 환자들에게 집적거리다가 진짜 대장암 말기 환자에게 거짓말이 모두 발각돼 추방되었다.

 그 사람이 추방되었다는 글을 보고, 세상에 자기 혼자만 아프고 모두 거짓인 것 같았다는 우리는 모두 동조했다. 우리는 물을 연신 마셔댔다. 음식이 너무 짜진 것 같았다.


 우리는 음식을 먹고 카페로 이동했다. 음료를 마시며 근황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했다. 자신의 사인死因이 될지 모르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풀어놓았다. 치료가 끝난 사람도 있었고 치료를 포기한 사람도 있었고 치료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현재 상황이 좋다고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당장 좋아도 내일 죽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내일이 아니라 당장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시간이 지나, 모임에 왔던 분들 중 과반수가 돌아가셨다. 매번 부고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오프라인 모임 날을 생각했다.


 화기애애했다. 우리도 여느 온라인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모임과 다를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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