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돌이 있다. 구멍이 많다. 구멍에는 수많은 비명이 지나갔고 핏물이 지나갔고 눈물이 지나갔다. 온갖 것들이 지나간 돌의 구멍은 입이 되고 눈이 되고 귀가 된다. 모두 대화하고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귀를 열고 입을 열고 눈을 뜨기만 하라고 돌들이 굴러가지도 않고 여기 있다.
여기 돌이 있다. 길과 밭을 나누는 것도 돌이고, 길과 집을 나누는 것도 돌이며, 길과 죽음을 나누는 것도 돌이다.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높이의 담을 살피며 걷다 애기가 눕혀져 있다는 애기 무덤 앞에 섰다. 애기도 충분히 오고 갈 수 있는 높이로 돌이 둘러져 있다. 그곳은 네 집이 아니다. 네 마음에 따뜻한 계절이 오면 일어나 학교에 가자.
여기 돌이 있다. 바람이 분다. 돌담은 바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유하게 만든다. 유해진 바람 안에서 농사를 하고 집을 짓고 담을 통과하는 바람에 울음도 흘려보낸다. 애기 무덤을 둘러싼 돌담에도 바람이 드나든다. 유해진 바람 안에서 총성도 유해질까. 애기는 유해진 바람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