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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l 11. 2021

황새 따라 하지 않기

 그제는 목시묵굴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가 슬리퍼로는 들어갈 수 없을 거란 소리를 듣고 다랑쉬 오름으로 목적지를 바꿨었다. 같이 내린 분과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계시다고 했다. 그가 교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으며 정류장에서 다랑쉬 오름까지 걸었는데 한참이었다.


 용눈이 오름 정도로 생각하고 올랐는데 아니었다. 동행은 점점 멀어졌다. 알고 보니 취미가 등산과 마라톤이라고 했다. 오름의 반도 가지 못하고 나는 그를 보내고 돌아 내려왔다. 오름이 아니라 미국 가는 줄 알았다.


 그제의 여파인지 어제는 종일 앓아누웠다. 천천히 자기 페이스를 유지해서 걸었다면 괜찮았을까. 기상예보에선 폭우가 쏟아진다더니 비가 미국 간 것 같았다. 동네라도 걸을까 했는데 걸을 때마다 근육통이 휘청였다. 밑을 보니 후들거리는 종아리의 모양새가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그 몸으로 어딜 다닐 생각이냐고 고꾸라지고 싶냐며 놀리고 있었다.


 오늘도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다. 구름이 가벼워 보인다. 어디로든 가야겠다. 제주에 오면 뭐라도 쓸 줄 알았는데 걷고 앓느라 쓰지 않을 핑계만 늘었다. 목시묵굴에 다녀올 것이다. 초복이라고 하니까 오는 길에 시내에도 들려 치킨 한 마리 들고 와야겠다. 치킨에 대한 마음을 페이스메이커로 둬야겠다. 목시묵굴이 아니어도 치킨 때문에라도 꼭 나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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