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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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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l 18. 2021

비 오는 밤에는 일찍 자야 한다.

 밤새 제주는 비가 내리고 번개가 쳤다. 숙소 대신 신세 지는 지인의 작업실 소파에 누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빗소리가 계단을 급히 오르는 발소리 같았다. 개나 고양이가 뛰어오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느 때는 사람의 발소리 같기도 했다. 


 읍내에 다녀온 날 저녁에 카톡이 왔다. 본가에서 키우는 첫째 고양이 라온이가 죽었다고 한다. 엄마는 라온이가 그간 앓느라 못 잔 잠을 몰아서 자는 것 같다고 한다. 


 살겠다고 먹은 음식이 목까지 차올라 숨을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급하게 입원시킨 날이라고 한다. 퇴근하고 보러 가니, 라온이는 평소와 달리 울지도 않고 동그란 눈으로 동생과 엄마를 살폈다고 한다. 현 상태를 듣기 위해 진료실에 들어간 사이에 심정지가 와 죽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마주했던 죽음들이 꼬리를 물며 따라왔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죽음을 보며 슬퍼했던가. 슬프기보다 두려웠다. 애도하는 마음보다 내 미래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라온이를 그냥 고양이라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라온이의 죽음에서 내 죽음이 계속 오버랩되는 것을 보니.


 비가 오는 밤은 센티해지기 쉽다. 닿지 않는 이들이 선명해지기 좋은 시간이다. 졸음이 쏟아진다. 본가에 가니 도망가는 다른 고양이들과 다르게 없는 라온이가 배를 드러내며 누워 나를 반긴다. 다리에 박치기를 하기도 하고, 그루밍을 하다 손을 핥아주기도 한다. 너무 들이댄다 싶으면 하악질도 하고.


 빗소리에 깼다. 자긴 이제 여기에 없다고. 라온이가 빗소리에 흩어진다. 빗소리가 거칠다. 모두들 누굴 만나려고 그렇게 뛰어가는 것일까. 누구의 꿈속에 들어가려고 그렇게 분주한 걸까. 밤이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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