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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배우기

by 조매영

친구라는 것은 무엇일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박장대소하는 관계.

같이 맛있는 식사를 나누는 관계.

가끔이라도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주는 관계.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다.

고난은 인간관계를 정리하게 해준다고 한다.



내게 투병은 이기심을 만들어 주었다. 어느 정도의 배려나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불편하거나 불리한 상황에서는 병을 방패 삼아 피하기도 했다. 나는 아프고 아팠고 아플 테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었다. 시를 쓸 때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때도 겉돌기 시작했다. 내일 당장 재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삶이야 라고 중얼거리며 외면하는 일도 많아졌다. 연락을 피하게 되었다.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가끔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 고장 난 것처럼 행동하게 되었다.

관계는 동일시가 아니라 서로의 선을 확인하는 일이다. 서로가 허용하는 선에서 독백을 주고받기도 하고 노래도 주고받기도 하고 부대끼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탁구처럼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교류일 것이다. 일방적으로 스매싱을 하는 것이 교류가 아니라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고난은 인간관계를 정리하게 해 준다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내게 투병은 인간관계를 정리하게 해 준 다기 보다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핑곗거리에 불가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본가에서 키우는 네 마리의 고양이 중 첫째 고양이 ‘라온’이 많이 아프다고 한다. 신부전이라더니 신장 림프종일 수도 있다고 한다. 네 마리 고양이 중 유일하게 나를 반겨주던 아이였다. 처음 분양받아 왔을 때 라온이는 형제를 함께 분양받아왔었는데 얼마 안가 형제는 복막염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었다. 내 방이었던 빈 방에서 지냈었다고 하는데 형제가 죽고 난 후 식음을 전폐했다고 한다. 안방에 들여 같이 자고 부대낀 채 지내고 나서야 우울증이 좋아졌다고 들었다. 사랑이 많은 친구다. 몸이 아픈데도 오랜만에 마주한 내게 눈 키스와 몸통 박치기를 해주는 친구. 이 아이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받는 것에만 급급했던지 깨닫게 되어 우울해졌다.

살아줬으면 좋겠다. 아직 네게 배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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