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화 바다와 아름답지 못한 나

by 조매영

세화 바다를 보던 중 바다가 아름다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병원이라고 했다. 햇볕이 뜨거워 일단 자리를 옮기겠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바다를 보며 그늘을 향해 걸었다. 파란 바다가 비현실적이게 느껴졌다. 가족과 바다를 본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어린 날에 바다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던가. 없었다. 맞기 바빴는데 바다를 꿈꿀 겨를이 어디 있겠나. 어릴 때부터 포기의 장인이었다. 육체가 아픈 것도 힘든데 괜한 것을 바라면 마음도 아플 것을 알았다.


그늘에 앉아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빠 무릎에 물이 찼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MRI를 찍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낮에 검사하면 사십만 원 저녁에 검사하면 삼십만 원이라고 했다. 엄마는 검사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다른 병원을 돌아다녀 볼 생각이라고 했다. 병원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 목돈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육십만 원이 있었다. 여행자금이었다. 적어도 일주일은 더 있어야 했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서 미역 냄새가 났다. 해초는 작은 물고기들에게 피난처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마음에 작은 물고기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가 원한다기보다 어린 날의 나들이 원하고 있었다. 이것은 용서가 아니다. 아빠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냥 엄마가 아빠 때문에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지 않을 뿐이다. 돈이 부족하면 라면을 먹고 라면 사 먹을 돈도 부족하면 해초나 뜯어먹지 뭐. 엄마 통장에 사십만 원을 보낼까 하다 삼십만 원을 보냈다. 해초를 뜯어먹으려면 차비는 있어야 한다는 핑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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