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워치를 샀다. 처음 사는 시계라 세게 차고 다니다 인대를 다쳤다. 물리치료를 받고 조금 좋아진 것 같아 출근 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처음 스스로 전자 제품을 샀던 적이 언제였더라. 고등학생 때였다. 성균관대학교 백일장에서 차상 상품으로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코원 mp3를 샀다. 음악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들고 다녔더랬지. 나 빼고 모두 mp3를 들고 다녔으니까. 집 안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집 밖에서는 모두와 하나라도 같고 싶었다.
키보드를 조금 두드렸다고 벌써 손목이 아프다. 갤럭시 워치는 손목이 아니라 아래팔 쪽에 차기로 한다. 굳이 스마트 워치를 살 필요가 있었나. 왜 갤럭시 워치를 샀던가. 새롭게 출근한 곳 직장 동료들이 모두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다. 발전이 없네. 발전이.
브런치를 쉬는 동안 뭔가 많이 샀다. 갤럭시 워치뿐만 아니라 에어컨도 결국 샀다. 초등학교에서 준 컴퓨터가 생각난다. 이미 인터넷과 전화 요금이 분리된 시기였는데도 아빠는 컴퓨터를 할 때마다 전화 요금이 많이 나온다며 전화선을 잘랐었다. 컴퓨터나 인터넷선이 아니라 왜 하필 전화선이었을까. 컴퓨터도 인터넷선도 낯설고 다시 연결하기 겁나서 그랬을 것이다. 누구보다 쫄보인 사람이니까.
주말 내내 에어컨을 틀었다. 마음 한편에 살고 있는 쫄보를 어르고 달래고 그것도 안돼 꾹 누르고 틀었다. 감기 걸릴 것 같다. 저금통에 에어컨 비용이라 써놓고 하루 만원씩 넣어놓기로 했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나는 당신과 달라라고 중얼거렸다. 자꾸 손목이 시큰하다. 이제 춥기까지 하다. 에어컨을 적당하게 틀어야겠다. 감기 걸리겠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과하게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니까.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개같이 살던 시기는 이제 끝나지 않았나. 시골 개처럼 내 마음은 아직 1m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선택지가 생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유로운 마음이 중요하다. 여유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