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새벽에 깼다. 다시 자려고 한참을 뒤척였는데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일은 고되겠구나. 중얼거리며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새로 시작한 일은 예상보다 고되다. 먹고 산다는 것이 고되지 않은 일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좀 많이 고된 것 같다. 글을 쓸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여유가 있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써서 여유가 생겨야 할 텐데. 쉽지 않다. 일이 좀 적응되면 나으려나.
어둠 속 누워 있는 동안 가족이 떠올랐다. 밥상에서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언제였던가. 평상시에 우리는 무엇을 먹었던가. 생각나는 게 긴장뿐이다. 간장도 아니고 긴장이 반찬이 될 수 있는 걸까. 뭐가 어떻게 날아올지 몰라서 긴장하며 먹느라 음미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밥상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맛이 같았다. 그래 그 맛이 긴장이었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것이 있다. 가족이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 사랑과 인성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한다. 유대감 형성에도 좋다고 한다. 유대감이란 단어의 사전적 뜻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공통된 느낌이라고 한다. 그런 게 있다고 한다. 내가 밥상머리에서 배운 것은 도망가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먹고 자리를 피하는 것이었다. 내가 얼마나 빠르게 먹었냐면 유대감이 쫓아오지 못할 정도였다.
글을 쓰고 불을 켰다. 불을 켜니 가족에 대한 생각이 옅어진다. 닭가슴살을 구워야겠다. 매번 천천히 음미하며 먹어야겠다 다짐하는데 다짐뿐이다. 지금 나는 무엇에 도망가고 있는 걸까. 모르겠다. 당장은 출근에 도망가고 싶네. 확실한 것은 회사에서도 유대감은 쫓아오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