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2차를 맞았다.
반려동물은 죽을 때가 되면 몸을 숨긴다는데, 몸을 숨기지 못하면 틈 사이에 얼굴이라도 파묻는다는데 아플 때마다 나도 자꾸 그러게 된다. 평상시 주변인들에게 많이 기대고 있다. 그래서 앓는 모습까지 보이기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오겠다는 애인과 엄마에게 한사코 괜찮다고 말하고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종일 앓았다.
반나절을 앓고 나니 귓가에 윙윙거리는 모기를 잡을 기력이 생겼다. 배가 불러 휘청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와 기력이 쇠해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은 마치 모기와 함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모기를 잡고 그대로 누웠다. 손바닥을 보니 짜부라진 모기와 붉은 피가 엉켜있었다. 피는 생명을 상징한다던데 내가 모르던 나를 죽인 것 같아 기분이 찝찝해졌다. 기어서 트롤러에 있는 물티슈를 꺼내 닦아냈다. 얼굴을 파묻고 괴로워하던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시장이 바뀌고 재개발 관련된 정책이 바뀌었나 보다. 집주인에게 동의서를 받는다는 플래카드가 사방에 걸려 있었다. 앓을 만큼 다 앓았는지 이제 재개발이 걱정되었다. 동네에 편의점이 생기고 행운 슈퍼가 문을 닫았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그날 내 행운도 끝났다는 것을. 서울에 발 붙이고 산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행운도 끝났으니 이제 서울에서 밀려날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지.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얼굴을 파묻기 전, 반려동물들은 몸을 숨기는 이유는 약해진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글을 읽었다. 죽어가는 반려동물에게 너를 해할 것은 여기에 없단다. 말해줘도 소용이 없겠지. 너를 해할 것은 여기에 없단다. 혼자 중얼거려본다. 역시 소용이 없다. 분명 괴로워하던 나는 죽었는데 또 다른 괴로움이 밀려온다. 정말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나는 어디로 흘러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