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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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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Oct 06. 2021

고인의 집을 소독했다.

 설거지를 하다 싱크대를 타고 오르는 개미떼를 발견했다. 몇 마리를 짓누르다 이내 포기하고 개미 약을 주문했다.


 배송 온 약의 설명서를 읽었다. 약을 설치해두면 개미들이 약을 나눠먹고 함께 죽는다고 했다. 약에 달라붙은 개미떼를 한참 바라봤다. 꽃잎 같았다. 아름답게 미화할 마음은 없었는데 모여있는 모습이 꼭 그랬다.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아 미안했다. 


 최근에 시작한 일은 코로나 방역 일이다. 이송된 확진자 집을 소독해주는 일. 며칠 전에는 확진자 사망자의 집을 소독해주기도 했다. 영구차가 늦어 복도에 관이 놓여 있었다. 관 위에 약을 뿌리고 어질러져 있는 집에도 약을 뿌렸다. 마음에 독이 쌓이고 있었다. 약을 뿌리며 개미를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개미 약을 살폈다. 더 이상 개미들이 보이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 마음에 쌓인 독을 풀어놓았다. 개미들도 개미굴에 약을 이렇게 풀어놓았을까. 독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풀어놓은 독은 다행히 치사량은 아닌 것 같았다. 숙련된 노동은 춤과 같아 아름답다고 하는데 숙련되지 않은 노동은 몸부림에 가깝다. 풀어놓은 독의 부작용일까. 슬프지 않다 생각하는 내가 슬펐다.


  개미들이 죽은 동지를 보고 약을 먹지 않고 멀리 도망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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