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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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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l 26. 2021

게으름도 부지런해야 가능하다

 눈을 뜨니 창 밖이 밝았다. 급히 휴대폰부터 찾았다. 침대 위에 일어서서 이불과 베개를 걷어찼다. 어디에도 휴대폰은 보이지 않았다. 침대 밑을 살폈다. 침대 밑에 물건들로 살림을 하나 더 차려도 되겠다 싶었다. 결국 매트리스의 모서리를 잡고 들어 올렸다. 휴대폰이 프레임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 헤드와 매트리스 사이에 끼어 있던 것 같았다. 한 손으로 매트리스를 잡고 휴대폰을 집었다. 휴대폰으로 시계를 확인하는데 알람이 울리려면 한참 남았다. 헛웃음이 나왔다. 사는 게 이렇게 힘들다. 주변을 둘러보니 난장판이었다. 휴대폰 두 번 찾다가는 도둑도 허탕 쳤다며 화내며 돌아가겠다.


 면접은 잘 되었고 다시 출근하게 되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를 유보하게 되었다. 어제 아는 언니를 봤다. 박세리 선수가 했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유소년 선수가 또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 고민이라 질문을 하니, 안 하는 거냐 못하는 거냐 그녀는 되물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놓을 것에 대해선 미련을 두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고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못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과 다른 문제다.라는 말이었다. 무엇이 중요한가 고민해봤다. 당장은 경비를 모아두는 것이 더 중한 것 같았다. 프로젝트 외에도 써야 할 글이 많기도 하고. 


 대충 이불을 정리했다. 그래도 바닥은 난장판이다. 어쩔 수 없다. 이제 출근 준비해야 한다. 아침에 떠밀리듯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뿐만은 아니겠지. 전날 밤에 준비를 해놓고 자면 좋을 텐데 쉽지 않다. 일상에서 게으름은 앞이나 뒤에 부지런함을 놓게 되는 것 같다. 온전한 게으름을 가지려면 돈이 있어야겠지. 게으름 뒤에 부지런함을 두게 되면 시간에 쫓기게 되는 것 같다. 게으름을 포기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저녁에 대충 출근 준비를 해둬야겠다. 출근 준비라고 해봐야 물건들을 한 곳에 두는 것이겠지만 왜 나는 그것도 쉽지 않은 걸까.


 다짐을 하자마자 다짐이 증발하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지금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선 생활비가 필요하다. 집은 아주 깔끔할 필요는 없다. 글 외에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싶다. 그렇다면 적절한 게으름이 필요하다. 어떻게 생각해도 전 날 밤에 대충 정리를 하고 준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생각하며 씻기로 한다. 선택과 집중을 중얼거리며 씻어야겠다. 샴푸나 바디워시에 선택과 집중도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아! 씻기 전에 찾아야 할 서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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