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침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매영 Jul 23. 2021

나는 내 메아리가 되지 못하지만

당신의 메아리는 될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폐지를 줍던 남자가 나를 보더니 아는 척했다. 나는 그를 무시하며 지나갔다. 그는 갑자기 큰 소리로 개새끼야라고 소리 질렀다. 나는 놀란 눈으로 멈춰 서서 그를 봤다. 다시 한번 그는 나를 보며 개새끼야라고 소리 질렀다. 혹시 몰라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분명 나를 보고 욕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욕을 먹으니 화가 났다. 허공에 나도 개새끼야라고 소리쳤다. 돌아보니 남자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메아리가 된 기분이었다. 메아리는 단순히 소리를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울분을 대신 버려주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개새끼라는 소리의 여운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는 다시 폐지를 줍고 나도 그를 지나쳤다.




 「맞다 보니 자라 있었네」 브런치 북을 다시 읽었다.


 어린 날의 내가 나보고 개새끼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내일의 내가 대신해줄 거라는 유머가 현실로 변한다면 이런 것일까. 나는 가만히 서서 어린 날의 나를 읽어갔다. 복수해준다며, 도대체 네가 그동안 한 게 뭐냐. 어린 날의 나는 길바닥에 누워 생떼를 피우며 나를 다그쳤다. 같이 개새끼야라고 소리칠 수 없었다. 어디를 봐도 허공은 없었다. 어디를 봐도 맞고 있는 나와 눈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브런치 북을 덮었다. 미안해. 그런데 자라도 나는 나인걸. 맞느라 바빠서 공격은 모르겠고 방어밖에 못 배웠는걸.



 https://brunch.co.kr/brunchbook/childabuse

https://brunch.co.kr/brunchbook/childabuse2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에서 일상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