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낭만적인 봄비가 내린다.

by 조매영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야 알았다. 빗소리가 이상하다. 소리가 불규칙적이다. 웅덩이에 파문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흘러내리는 소리도 난다. 일어나 허우적거리며 스위치로 향한다. 발에 치이는 것들을 밀어내며 걷는 길 부끄럽다. 치워야겠다는 마음을 몇 번이나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부끄럽지 않았겠지. 불을 켜니 벽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옷가지들과 먹고 남은 플라스틱 용기들이 보인다. 사이좋아 보인다. 그래도 내일은 꼭 치워야지. 당장은 불규칙한 물소리의 원인을 찾아야 할 때다. 비가 새는 것이 아닐까 벽을 둘러본다. 안 되겠다. 만져본다. 다행히 축축한 곳은 없다. 불을 끄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빗소리와 함께 사색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람의 글이 생각난다. 그의 집에서 내리는 비와 우리 집에서 내리는 비가 다를 게 뭐지. 빗소리가 변주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이 변주 안에서도 낭만을 찾을 수 있을까. 불안도 시간이 지나면 낭만으로 포장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비는 잘못 없다. 집이 문제다. 이 집에 살고 있는 한 낭만은 오지 않을 것이다. 뭐가 되었든 내일 출근을 위해선 이 현실에서 도망가야 한다. 눈을 힘껏 감는다. 뭐든 좋으니 꿈을 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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