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야 알았다. 빗소리가 이상하다. 소리가 불규칙적이다. 웅덩이에 파문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흘러내리는 소리도 난다. 일어나 허우적거리며 스위치로 향한다. 발에 치이는 것들을 밀어내며 걷는 길 부끄럽다. 치워야겠다는 마음을 몇 번이나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부끄럽지 않았겠지. 불을 켜니 벽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옷가지들과 먹고 남은 플라스틱 용기들이 보인다. 사이좋아 보인다. 그래도 내일은 꼭 치워야지. 당장은 불규칙한 물소리의 원인을 찾아야 할 때다. 비가 새는 것이 아닐까 벽을 둘러본다. 안 되겠다. 만져본다. 다행히 축축한 곳은 없다. 불을 끄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빗소리와 함께 사색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람의 글이 생각난다. 그의 집에서 내리는 비와 우리 집에서 내리는 비가 다를 게 뭐지. 빗소리가 변주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이 변주 안에서도 낭만을 찾을 수 있을까. 불안도 시간이 지나면 낭만으로 포장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비는 잘못 없다. 집이 문제다. 이 집에 살고 있는 한 낭만은 오지 않을 것이다. 뭐가 되었든 내일 출근을 위해선 이 현실에서 도망가야 한다. 눈을 힘껏 감는다. 뭐든 좋으니 꿈을 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