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 동네 식당에서 백반을 먹었다. 손님은 나 밖에 없었다. 텔레비전 소리가 컸다. 뉴스에는 총선 이야기가 나왔다. 홀을 담당하던 노인은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뉴스를 보며 나를 곁눈질했다.
밥을 천천히 먹고 싶은데 쉽지 않다. 숟가락 대신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들어 올리다 내려놓고 다시 숟가락을 든다. 노인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젓가락질 교정해야 하는데 식사가 끝나면 자꾸 잊어먹는다. 다짐은 디저트를 대신하기 좋다.
노인과는 음식 주문할 때와 계산할 때 말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한참을 이야기한 것 같다. 혼잣말 아닌 혼잣말에도 오지랖 넓은 영혼은 소리도 내지 못하면서 대답을 멈추는 법이 없었다. 맛 좋은 음식을 먹고도 속이 더부룩하다. 왜 집에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을까.
골목을 찾아 걸었다. 골목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온갖 것들이 대신 생각해 주는 것이 좋다.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라던가 욕설로 된 무단투기 경고문이라던가 대놓고 널려 있는 옷과 속옷들 그런 것들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그것들이 놓이기까지의 감정을 굳이 유추하려 들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서서 본다. 휴대폰 게임 속 자동사냥을 보는 것처럼. 개입하는 것도 그렇다고 개입하지 않은 것도 아닌 마음으로.
한참 골목을 배회하다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꺼냈다. 노트북을 열기도 전에 주문한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천천히 마셔야지. 원샷하는 버릇도 고쳐야 하는데 이것도 카페를 벗어나면 잊어먹는다. 어느새 빈 잔이다. 빈 잔은 눈치가 보인다. 케이크를 하나 주문하기로 한다. 다짐이 디저트를 대신하기 좋긴 해도 맛은 케이크가 더 좋다.
글을 조금 쓰다 나아가지 못하는 문장에 빈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주머니가 비었다는 것은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보면 뭐라도 잡힐 것 같다.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듯 글을 너무 가볍게 쓰고 있지는 않았나 싶다. 담배도 피우지 않으면서 라이터를 꺼내 듯은 무슨. 그러고 보니 당연히 없어야 할 라이터가 주머니에 있던 적이 있었지. 향초 때문에 샀던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어두고 잊었던 것이다. 삶에서 단정 지어야 할 것은 없다. 주머니를 뒤집어본다. 먼지만 있다. 뭐라도 있긴 있네. 다시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