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세상이 골목으로만 이루어진 줄 알았다. 방구차로는 들어가 수 없는 골목. 방역소독기를 어깨에 짊어진 아저씨를 쫓아다니다 보면 하늘에 있는 골목을 체험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여행을 절로 하게 되는 곳이 골목이었다.
가만히 귀 기울이다 보면 다양한 감정과 마주 할 수 있는 곳이 골목이다. 훈계 소리부터 시작해 애정 어린 소리까지 섞이고 흩어진다. 그렇다고 마냥 시끄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침묵도 불 켜진 적을 본 적 없는 집처럼 존재감을 뽐낸다.
겨울이 지나면 고독사가 그렇게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새싹이 돋을 때가 되어서야 발견되는 죽음이 있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불 켜진 적을 본 적 없는 집이 나와 활동 시간이 다른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 서로 안부는커녕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내가 좋다 생각한 골목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지 않은 곳에 있는 골목들을 말하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와 상관이 없다 주장할 수 있어서 그런 걸까.
아랫집에 살고 있는 무당 할머니 말고는 윗집과 아랫집 사람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몇 번 스쳐 지나갔는데 왜 그럴까.
당장 해야 하는 일은 외면하고 멀리 있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일까. 우리 집 주변 골목도 매력적이지 않나.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낯선 사람은 여기에도 넘치지 않나. 동네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다.
우선 골목 사람들에게 인사라도 좀 하고 다녀볼까. 낯 뜨거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막상 해볼까 생각하니 부끄럽다. 오늘은 거울을 보고 안녕하세요. 날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인사하는 연습을 조금 해봐야지. 내가 내게 인사하는 것도 참 부끄럽네. 나는 내게도 참 낯선 이웃이었구나. 인사를 꼭 하고 다니자. 여행 유튜버 게 섰거라. 일상이 여행이 될 내가 여기 있다.